하이브, SM 공개매수 마감 D-1... 관망하던 카카오 "모든 방안 강구" 선전포고

2023-02-27 17:52
일부선 카카오 공개매수 선언 가능성 해석

[사진=각 사]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마감을 하루 앞둔 27일 침묵을 이어가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입장을 내놓으면서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에스엠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할 조짐이다. 일각에선 카카오엔터의 공개매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이날 김성수 대표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하이브가 에스엠과의 파트너십을 위협하고 있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카카오와 긴밀히 필요한 모든 방향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카카오엔터는 에스엠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나 이번 입장문에서 인수전을 대하는 어조가 이전보다 두드러지게 강경해졌다.

시장에선 이를 선전포고로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필요한 모든 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공개매수 선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와 SM은 이미 음반·음원 유통, 해외 진출 합작 법인, 웹툰 등 2차 지식재산권(IP) 제작 등 사실상 모든 사업 영역에 걸쳐 깊이 있는 협업 방침을 밝힌 상태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하기로 한 SM 지분 9.05%에 '플러스알파'를 더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만 남아있다.

하이브가 카카오엔터와 에스엠 간의 사업협력 계약이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카카오엔터의 입장도 강경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지난 24일 에스엠 경영진을 향해 계약에 관한 의사결정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적법성을 검토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카카오는 신주 전환사채 인수 계약의 우선협상권에 대해 "소수 주주가 일반적으로 보유하는 희석 방지조항에 불과하다"며 기존 주주이익을 훼손한다고 주장한 하이브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어 "계약서 일부 문구를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한 하이브 측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카카오엔터의 입장문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즉각 재반박했다.

카카오엔터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SM의 주가는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에서 받은 9000억원 규모의 실탄을 무기 삼아 인수전 '판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이브의 주당 12만원 공개매수 마감은 28일인데, 주식 매수에 2영업일이 걸려 신규 투자자가 참여할 방법은 막혀 있다. 공개 매수 기간에도 SM 주가가 12만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소액 주주들이 하이브의 제안에 응할 요인도 부족했다. SM의 소액주주는 전체 지분의 60%를 웃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엔터가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 매수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 SM 현 경영진은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며 주주를 대상으로 '러브콜'을 이어가고 있다. SM은 당초 2022∼2024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지난달 밝혔지만, 이날 이를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 체결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SM 인수전을 둘러싸고 하이브 대 SM·카카오엔터의 전선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양측은 다음 달 31일 정기주주총회까지 대립을 이어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SM이 자사주를 추가 매입해 우호 지분율을 늘리고 주가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넘겨받아 1대 주주에는 올라섰지만, 공개매수로 목표한 지분율 39.8% 확보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측은 정기주주총회까지 소액·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위임장을 받아내기 위한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