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축을 이동해야
2023-02-26 14:04
中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세계 각국은 '피보팅'
글로벌 경제의 쌍두마차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만 하더라도 큰 틀에서 양측이 삐걱거리면서도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협력의 끈을 유지했다. 그러나 3년이나 끌은 코로나와 1년을 넘어선 우크라이나 사태에 세계를 양대 진영으로 분열하는 디커플링이 급물살을 탄다. 미·중 갈등의 격화로 글로벌 공급망에 이어 시장까지 쪼개지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주변국들의 줄서기를 강요한다. 어디에 자국의 이익이 있는지, 어느 편에 서야 반사적인 틈새 이익을 챙길 수 있을까 하고 약삭빠르게 움직인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하여 모두가 자기 살길 찾기에 분주하다. 최소한 경제에 관해서 남에 대해 배려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나라가 지구촌에 없다.
최강 국가라고 불리는 미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축통화국이면서 세계 최대 시장이지만 자국에 닥친 경제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전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플레를 잡는답시고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킹달러를 유도한다. 이로 인해 경제 체질이 약한 대부분 나라가 일시적인 자본 유출을 우려해 금리 인상 도미노 러시에 합류했다. 물론 인플레가 미국에만 국한된 현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각국이 이에 동조했다. 한편으론 자국산 구매 확대를 위한 ‘바이 아메리칸’이나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를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은 전형적인 미국판 보호무역이다. 시행 초기부터 상당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자국의 이익에 집착하려는 정치 포퓰리즘의 형태로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이런 일방적인 행위나 조치에 대한 거부감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물가를 잡기 위해선 일정 수준 금리를 올려야지만 경제가 버텨주지 못하면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미국 따라가려다가 자국 경제의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분출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를 비롯하여 선진국이나 신흥국 구분 없이 상당수 국가가 ‘노 타이트닝(긴축 자제)’, 즉 기준 금리를 동결하는 쪽으로 경제 운용의 무게 추를 옮겨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 이에 함께 탔다. 계속된 긴축에도 경기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경제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리 커플링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경쟁국 중국과 일본은 계속 금리 동결 혹은 완화, 우리 기업 경쟁력 계속 약화 중
이웃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은 계속 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돈을 계속 푼다. 미국 연준과 다르게 중국은 기준 금리를 6개월째 동결 중이다. 시중에서는 금리 인하 요구가 빗발치지만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일본은 장기간 디플레로 인해 인플레에 대한 부담이 있더라도 저금리 기조를 지속한다. 1월 소비자물가가 41년 만에 최대 상승(4.2%)하는 물가 쇼크가 있기는 하지만 금융 완화 정책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다. 두 나라 모두 미국과 여건이 다르고 더 이상의 경기 하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복선을 깔고 있다. 우리 처지와도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나친 금융 경색이 중국 혹은 일본 기업과 국내외 시장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족쇄가 되고 있지나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향후 경기 전망이 아직도 안갯속이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하지만 올해 경제가 ‘상저하고’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점점 더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 내부를 보면 여전히 단기적으로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정책 당국의 손발이 잘 맞지 않아 헛발질하거나 따로 노는 경향이 짙다. 수출은 최악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고, 내수는 살아나지 않는다고 아우성친다. 고삐 풀린 물가 인상 도미노로 서민 경제의 주름살은 더 깊이 팬다. 중국 경제가 좋아진다지만 과거와 달리 우리에게 수혜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 주체들의 위험수위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은 물가안정보다 경기 부양으로 축을 이동해야 한다. 유능한 정부라면 주저하지 말고 과감해야 한다. 여기서 실기(失期)하면 멀지 않아 크게 후회할 날이 온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