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포드와 CATL의 에너미쇼어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2023-02-26 14:09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13일 미국 포드자동차가 중국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와 함께 미국 미시건주 마샬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하였다. 중국에서 날라온 스파이 풍선을 두고 미중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미국의 두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가 중국의 최대 배터리 기업과 합작을 선언한 것이다. 만약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포드와 CATL의 사이의 에너미쇼어링(enermyshoring)은 무역·투자는 물론 경제·외교 관계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포드가 CATL과 협력을 최초로 공개한 시점은 작년 7월이다. 2023년까지 60만 대, 2026년까지 2백만 대까지 전기차 생산을 증대하기 위해 포드는 더 많은 배터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미 포드는 한국의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CM 가격이 계속 상승하자, 포드는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20-30% 정도 저렴한 리튬이온배터리(LFP)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NCM에서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및 일본의 파나소닉이 앞서 있는 반면, LFP에서는 중국의 CATL과 BYD이 선두에 있다. CATL는 2022년 세계시장 37%를 점유한 최대 배터리 기업으로서 LFP의 강자로 부상하였다. 전 세계시장에서 중국이 코발트 95%, 리튬 60%, 니켈 60%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국기업과 협력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포드가 맹추격하고 있는 테슬라는 2021년 말부터 중국 밖에서 생산되는 저가형 모델에도 CATL의 LFP를 전면적으로 장착해 왔다.

포드와 CATL의 합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먼저 양사가 함께 생산한 배터리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현재 명확하지 않다. IRA가 의회를 통과하기 이전에 포드는 멕시코 또는 캐나다에 생산시설을 건설하려고 고민하였다. 이 법안이 발효된 이후 포드는 IRA에서 인정하는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미국 내에서 부지를 탐색하였다. 또한 적대적인 국가의 기업과 협력을 제한하는‘해외 우려 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 문제도 난제이다. 이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 포드는 중국의 CATL과 직접 합작하지 않고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를 통해 CATL로부터는 기술이전만 받기로 합의하였다. 이렇게 하면 IRA가 규정한 배터리 조립과 광물 조달 기준을 충족된다는 것이다.

반중 정서에서 기인한 정치적 반발도 당면 과제다. 포드가 처음부터 미시건주를 생산기지로 고려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후보지는 버지니아주 피트실바니아 카운티였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지역 주민은 우호적이었지만,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주지사는 중국공산당이 보낸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포드의 제안을 거부하였다. 이 때문에 포드는 버지니아 대신 미시건주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던 것이다.

부지 선정이 완료된 후에도 정치적 분위기는 우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포드가 CATL과 협력이 보도된 바로 다음 날 대중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 플로리다주)도 에너미쇼어링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니퍼 글랜홀름 에너지 장관,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계획이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중국에서도 CATL의 대미 투자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미국의 보호주의를 강력히 비판해 왔으며 미중 협력이 상호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CATL의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러나 첨단 배터리 기술의 해외 유출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거의 대부분의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에 뒤처져 있는 중국이 현재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기술들 중 하나가 LFP이다. 미국의 제재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발전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으로 첨단기술의 이전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마윈이 설립한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공개를 금지했던 전례를 보면, 중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현재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포드와 CATL의 에너미쇼어링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준다. 우선 미국 내에서 정부와 기업 사이에 상당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과 탈동조화를 위해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게 중국 내 생산시설을 동맹국과 우방국으로 이전하는 앨라이쇼어링(allyshoring)/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중국 내 전기자동차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으며 중국산 배터리도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으로 조립라인을 옮기고 있는 애플은 양쯔메모리(YMTC)가 생산한 낸드플래시를 중국 내에서 시판되는 아이폰에 탑재하려고 시도했다가 미국 정부의 반대로 취소하였다. 제재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의 전략과 배치되는 선택을 하는 이유는 매출과 수익의 극대화에 있다. 2020년대 들어 우리 배터리 기업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여, 우리 정부도 우리 기업이 필요에 따라서 중국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더 확대해 주어야 한다.

미국 기업의 전략 변화에 능동적으로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만약 포드와 CATL이 생산한 배터리가 IRA 세액 공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판정을 받으면, 우리 기업이 미국 내에서 중국산 원자재로 제조한 배터리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포드가 미국 대중 제재와 IRA 규제를 어떻게 우회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2001년 포드는 중국 창안자동차와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충칭에 공장을 건설하였다. 불과 20년 뒤에 포드는 LFP 생산을 위해 CATL을 미국으로 불러들였다. 엔진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중국은 미국은 물론 독일, 일본에 뒤처졌지만, 전기자동차와 배터리에서는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작년 판매량에서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하였다. 또한 수출량에서도 중국은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도약하였는데, 그중 약 20% 이상이 전기자동차였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적어도 배터리 공급망에서는 에너미쇼어링이 앨라이쇼어링/프렌드쇼어링을 압도할 것이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대 국제학부 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