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감정노동자 마음 단단하게...비타민 캠프에서 마음 근육 키워요

2023-02-27 00:00
삼성물산 에버랜드 10년간 비타민 캠프
국내 첫 감정관리 과정 8000여명 수료
10년간 서비스 직군 스트레스 치유 앞장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지는 우리는 직장인이다. 일터에서 감정을 제대로 드러낼 수조차 없는 우리는 모두가 '감정 노동자'다. 
상사의 잔소리를 듣고 속으로는 끓어오는 화를 삭히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이라면 주목하자. '퇴사'하지 않고 상처받은 마음,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여기에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우울증을 겪는 감정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들의 우울증·스트레스 증가

우리들의 마음 건강을 다스리기 전, 직장인들의 마음건강 관리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지난 2021년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집계됐다. 미국(23.5%), 일본(17.4%) 등 주요 OECD 조사대상국 38개국 중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2014년 조사에서는 우리 나라 직장인 스트레스 지수가 87%로 전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직장인들의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코로나 이후 더 증가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직장 가입자(피부양자 제외)의 정신질환 진료 인원은 2019년보다 21.3% 늘었다. 지역가입자(13.8%)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7.7%)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직장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에버랜드 비타민 캠프[사진=에버랜드 ]

◆직장인의 다친 마음 근육을 키우자···비타민 캠프 운영 이유

이에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사장 정해린) 에버랜드는 지난 2014년 감정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음건강 관리·강화 프로그램 '비타민 캠프'를 선보였다.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감정 관리 전문 과정이다.

지난 1994년 근무자들의 고객 응대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경험혁신아카데미를 설립한 에버랜드는 특화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왔다.

그러다 사내 서비스 현장 직원들의 감정 관리를 위해 김명언 前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과 협력해 비타민 캠프를 선보였다. 

비타민 캠프는 참여 기업 근로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금융업과 호텔업, 지자체 콜센터, 공공기관, 사회복지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해왔고, 현재까지 8000여명의 수료자를 배출하며 입지를 굳혔다. 

올해로 벌써 1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 '비타민 캠프'는 전 직장인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참여자들이 날씨에 관계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생태숲 안에 사계절 자연체험 교육 공간 '포레스트 돔'을 새로 조성했다. 
 

직장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에버랜드 비타민 캠프[사진=에버랜드 ]

◆나쁜 감정 '비우고' 좋은 감정 '채우다'

비타민 캠프의 목적은 나쁜 감정을 빨리 비우고 그 안에 좋은 감정을 채워 이를 지속하는 데 있다.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자신의 감정 상태를 진단받는 이유다.

에버랜드는 자체 개발한 감정 진단 툴 'EMS(Emotional Management Scale)'로 참여 근로자들의 감정 상태를 진단한다.

현재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한 후 이에 따른 맞춤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비타민 캠프의 과정은 당일 또는 1박 2일 과정으로 진행된다. 단계는 같다. '공감-비움-채움-키움' 등 4단계 과정이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공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진단 결과를 본 후 침울해하던 이들도 걱정할 필요 없다.

'공감' 과정에선 나의 감정을 표현한 후 다른 참가자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 나만 이런 고민을 갖고 사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 동료와 참여하는 만큼 현재 자신이 가진 감정이 다른 참가자들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비움 과정은 에버랜드와 포레스트 캠프 등 자연 속에서 이뤄진다. 공감 과정을 거친 참가자들이 밖으로 나가 놀이기구를 타고 사진을 찍거나, 산책과 트레킹, 명상 활동을 즐기며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다. 

전문가와 함께 호흡법과 스트레칭, 향기 테라피를 통해 긍정적 감정을 채우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반려식물 화분 만들기 체험, 인형을 활용한 촉감 체험 등을 통해 일상생활로 돌아가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지속·강화하는 법을 배운다. 

​참가자들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비타민 캠프에 참여한 50대 직장인은 "평생 다른 사람의 감정을 챙기느라 내 감정이 어떤지 몰랐는데, 비타민 캠프를 통해 동료들과 공감하고, 그 안에서 진짜 내 감정을 알 수 있었다"며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체험하고 명상, 힐링하며 마음속 스트레스를 다 비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비타민 캠프에 참여했다는 한 사회복지사는 "사람들로부터 받아온 상처로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내가 너무 나약한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해 왔는데, 동료들과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펑펑 울면서 스트레스를 떨쳤다"면서 "현재는 직접 만들어 가져온 화분을 키우며 교육 당시 느꼈던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에버랜드 생태숲 안에 조성된 포레스트 돔[사진=에버랜드 ]

◆10주년 맞은 비타민 캠프, 대상 확대·신규 시설 조성

에버랜드는 비타민 캠프 운영 10년을 맞아 서비스직군 중심에서 모든 직장인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한다. 특히 자연 체험을 강화하기 위해 에버랜드의 생태숲 포레스트 캠프 내에 '돔' 시설도 설치했다. 

포레스트 돔은 편백나무와 통유리가 어우러진 특수 시설로 사계절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새, 바람, 물소리 등을 듣고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 스트레칭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약 200㎡ 면적에 최대 높이 9.5m로 30여명이 동시 입장해 체험할 수 있다. 

포레스트 캠프는 잔디 광장을 비롯해 사방이 수십만 그루 나무와 초화류로 둘러 쌓여 있어 '숲멍'(숲을 바라보며 멍때리기)을 즐기기도 좋다. 

비타민 캠프를 담당하는 이유리 경험혁신아카데미 그룹장은 "많은 근로자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현대 사회에서 감정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이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잘 익혀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 "앞으로 비타민 캠프 참가자의 상황, 성향에 맞춰 프로그램을 더욱 세분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