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수익, 금융소비자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아"

2023-02-23 14:38
"은행 상생 의지 노력으로 문제 해결 안될 시 제도적 접근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이 막대한 규모의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그 과실이 금융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은행의 상생 의지나 노력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은행권 관계자, 금융소비자, 금융·소비자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금융당국이나 국민들이 내는 목소리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은행권이) 같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간담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소비자·전문가가 겪는 어려운 상황과 정책 제언을 경청한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을 금융당국도 정책이나 상생금융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진행 상황을 챙기고 국민들에게 진행 상황을 공유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상생금융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경영진이 다양한 정책을 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선 행원들에게도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 원장은 “금리 인상 국면에서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 규모가 전년보다 많게는 수 조원까지도 늘어났다는 게 지표상으로 확인됐다”며 “은행들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냈고 애를 썼는데 이자수익의 채 5%, 10%도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은행연합회나 각 은행이 정책을 펴더라도 각 지점에서 행원들이 취약계층을 배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미비한 것”이라며 “은행 경영진의 의지나 노력으로 극복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금융당국이 제도적 접근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권 횡재세' 이슈와 관련해서도 금융권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여론을 바꿔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횡재세 논의가 촉발된 원인을 찾아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저희가 지금 이야기하는 부분들에 대해 어느 정도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횡재세 논의까진 안 갈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하나은행은 취약차주 지원 일환으로 새희망홀씨대출 금리를 1%포인트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지난해 새희망홀씨대출 금리를 1%포인트 내렸지만 여전히 9% 가까운 수준”이라며 “1%포인트 정도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행장은 중소기업들이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들다는 지적과 관련해 “기업 대출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지원 관련한 의견은 담당 부서와 상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