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전기세 인상 여파에...기대인플레, 다시 4%대로 '상승'

2023-02-21 15:13
한국은행, 21일 '2023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발표

서울시내 한 건물에 전기 계량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가 예상하는 1년 뒤 물가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으로 상승해 4%대로 올라섰다. 정부가 가스비와 전기세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드라이브에 나서면서 미래 물가에도 그 비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3.9%)보다 0.1%포인트 오른 4%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가 4%대로 올라선 것은 작년 11월(4.2%) 이후 석 달 만이다. 지난해 12월 3.8%까지 하락했던 기대인플레이션율 수치는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기업과 가계 등의 경제주체들이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하는 1년 후의 물가상승률 전망을 뜻한다. 이번 수치는 한은이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2500가구(응답 2372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2%로 다시 높아진 데다 공공요금 인상 예고가 이어지면서 물가 하락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실제 가공식품, 공업제품 등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고,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상방 압력도 확대되면서 기대인플레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는 10명 중 8명 이상이 공공요금(87.7%)을 지목했고 그 뒤를 이어 석유류제품(29.2%), 농축수산물(27.6%) 순으로 파악됐다. 실제 공공요금이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 비중은 한 달 전과 비교해 11.8%포인트 급증했다.

향후 1년 뒤 집값을 전망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71)는 부동산규제 완화 속 석 달 연속 상승했다. 해당 수치가 100(기준치)보다 높으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낮으면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6개월 뒤 금리를 나타내는 금리수준전망지수도 113으로 더 오를 것이란 시각이 높았고 향후경기전망 역시 60으로 100을 크게 밑돌며 경기침체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소비자들의 경제상황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90.2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한은은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향방이 물가 추이에 있어 직·간접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서를 통해 "물가 추이는 누적된 비용상승 압력이 반영돼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며 "특히 공공요금 상승폭과 인상시기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에 대한 이차 파급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