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대거 참전한 'SM 인수전'..."제3자 유상증자 이유 입증 관건"

2023-02-16 16:39
'경영상의 목적'을 두고...SM 현 경영진 vs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14일 오후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 간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수만 전 SM총괄프로듀서가 현 SM 경영진을 상대로 법원에 신청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심문 기일이 22일로 잡혔다. 법조계는 우선 가처분 인용 여부가 관건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우려에도 하이브와 SM 간 결합을 인정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제21민사부(김유성 수석부장판사)는 오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이 총괄이 현 경영진을 상대로 신청한 신주와 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 심문을 진행한다. 이번 가처분 심문 결과는 SM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 유상증자하기로 약속한 3월 6일 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총괄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은 SM 이사회가 카카오에 제3자 유상증자를 약속한 데 따른 대응이다. 지난 7일 SM 이사회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약 1119억원 상당 신주와 약 1052억원 상당 CB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SM 이사회는 신주 대금 납입일과 전환사채 발행일을 3월 6일로 정했다. 

이 총괄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8일 서울동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상법상 주식회사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며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위법한 결의"라고 주장했다.  

상법상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나 CB를 발행하면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상법 제418조에 따르면 기존 주주는 가진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가 있는데 이 규정에도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3자에게 신주가 발행되면 무효가 된다. 이 총괄 측은 제3자에게 SM 신주 발행을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이 총괄 측 법률대리인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동대표이사들이 주도하는 SM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CB를 발행하는 것은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SM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 측은 원칙적으로 기존 주주에게 신주와 CB를 배정해야 하지만 배정하지 못할 사정이 있거나 다른 경영상 이익이 있으면 제3자에게도 배정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성수 SM엔터 공동대표이사는 이날 이 총괄의 역외탈세 의혹과 부동산 투기 욕심을 폭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이 이사는 "이 총괄은 SM과 해외 레이블사 간 정산 전에 6%를 선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M 현 경영진이 제3자 유상증자 이유로 주장하는 '경영상 목적'이 어디까지 인정될지가 이 사건의 관건이다. SM은 공시를 통해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로서 입지와 제휴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적시했다. 대형 로펌 소속 A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경영권 분쟁' 상황인지도 명확하지 않고, SM 현 경영진의 '전략적 제휴'를 방어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공정위가 업계 1위인 SM엔터와 신흥 강자로 떠오른 하이브 간 결합을 순순히 인정할지도 미지수다. 공정위는 독과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가격 통제 우려가 있는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 기업결합을 승인하게 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사전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엔터업계 1위를 품으려는 인수전은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 얼라인파트너스 대 하이브와 이 총괄, 하이브 2대 주주인 넷마블 간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하이브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법률대리를 맡아 '대형 로펌 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