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농촌유학, 아이들에게 제2의 고향을 만들다"
2023-02-20 17:00
"기후위기라는 인류의 위기 시대에 근대산업문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마인드를 우리 미래세대들이 갖도록 하고, 나아가 자연감수성을 갖고, 생태친화적 마인드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절박한 과제다."
"더할 나위없이 완벽하다"
2021년에 순천에 있는 월등초등학교로 농촌유학을 떠난 윤시후 학생이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책의 실효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무엇보다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학생들이 깔깔깔 웃으며 다슬기를 잡고,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 밥상을 차리고, 집 앞에 펼쳐진 대자연에서 공놀이를 하는 모습이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자기 인생의 행복했던 세 장면을 꼽으라면 순천에서의 생활일 것이라는 시후 학생에게 훗날 농촌유학은 어떤 의미일까.
아이들이 내려와 수업 시간에 모둠활동이 가능해져서 수업내용이 풍성해졌다는 월등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 장면들이 농촌유학의 필요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해 생태전환교육계획을 수립하고 그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라는 전 인류의 위기 시대에 근대산업문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마인드를 우리 미래세대들이 갖도록 하고, 나아가 자연감수성을 갖고, 생태친화적 마인드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세계 모든 교육자의 절박한 과제이다. 농촌유학은 한국의 실험이 되겠다. 농촌유학은 시멘트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학생들이 농산어촌에서 대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흙을 밟으며 생태감수성을 틔우는 일이다. 또 자연과 함께 있는 '고향'이라는 정서를 갖기 어려운 도시 학생들에게 제2의 고향을 만들어 주려는 마음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지방소멸 현상에 대응하는 의미도 컸다. 절대적으로 학생수가 부족하여 수업에 다양한 시도가 어려운 농촌 교실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했다.
이렇게 많은 의미를 담아 농촌유학정책을 펼쳤지만, 막상 참여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반신반의했다. 다행히도 나의 우려는 기우가 되었다. 농촌유학이 시작된 2021년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 된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오랜 거리두기로 지쳐있던 학생과 부모들의 관심이 높았다. 짧은 시간에도 81명이 참여하여 전남 곳곳으로 유학을 떠났고, 2년이 지난 지금은 누적 인원 714명이 되었다. 함께 떠난 가족을 포함하면 더 많은 수가 농촌에 내려가 생태적 배움과 삶을 일구고 있다. 전남도에서 전북도로 확대되면서는, 진안의 아토피 치유마을과 함께하는 농촌유학, 무주의 태권도를 배우는 농촌유학처럼 테마형 유학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전남, 전북을 넘어 강원까지 지역을 확대한다.
복합적 도전과 위기, 만성적 갈등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다른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 기술이 공존하게끔 하는 역량이 필수다. 내가 미래교육을 관통하는 중요한 원리로 공존을 제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갈등은 이분법적 진영 대결로 해결되지 않는다. 평행선을 달리는 진영 갈등을 넘어 지구와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을 깨닫고 공존상생의 보편적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갈등은 창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우리 교육 안에서 만들어지는 공존상생의 보편적 이야기 가운데 중요한 하나가 농촌유학이 될 것이다. 농촌유학이야말로 도시와 농촌, 인간과 자연이 공존과 상생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교육정책이다. 1982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2800개 이상의 농촌 학교가 학생수 급감으로 폐교됐다. 지금도 나날이 학생수가 줄어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처럼 수도권 인구가 거의 50%를 육박하는 나라에서, 농촌 학교의 폐교는 바로 지방소멸의 위기와도 연결된다. 교육감협의회장으로서도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어 농촌유학의 확대를 더 고민하게 된다.
농촌유학에 대해 어떤 이는 '하방'이라 하고 어떤 이는 '유배'를 얘기하기도 한다. 이는 "농촌 생활이 패배가 아닌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한 멋진 선택이 되도록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애쓰고 있다"는 지역 지원청 장학사의 말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농촌에 사는 주민에 대한 '폄하' 발언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학생들이 유학하는 마을에서는 도시에서도 어려운 승마나 골프교실과 같은 유학생 맞춤형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다. 농촌의 매력에 함께할 수 있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치열한 사교육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굳이 하고자 한다면, 원격 사교육조차도 받을 수 있다.
공존과 상생은 어려운 말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의 문제다. 인간과 자연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우리가 지구시민으로서, 대한민국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연대성을 잃지 않는 사회를 만들었을 때 가능하다. 나는 이를 공존의 교육을 통해 실현하려고 한다.
도시의 삭막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고 하는 어린이의 말을 따라 농촌유학에 흠뻑 빠져보시길 권한다.
2021년에 순천에 있는 월등초등학교로 농촌유학을 떠난 윤시후 학생이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책의 실효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무엇보다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학생들이 깔깔깔 웃으며 다슬기를 잡고,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 밥상을 차리고, 집 앞에 펼쳐진 대자연에서 공놀이를 하는 모습이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자기 인생의 행복했던 세 장면을 꼽으라면 순천에서의 생활일 것이라는 시후 학생에게 훗날 농촌유학은 어떤 의미일까.
아이들이 내려와 수업 시간에 모둠활동이 가능해져서 수업내용이 풍성해졌다는 월등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 장면들이 농촌유학의 필요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해 생태전환교육계획을 수립하고 그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라는 전 인류의 위기 시대에 근대산업문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마인드를 우리 미래세대들이 갖도록 하고, 나아가 자연감수성을 갖고, 생태친화적 마인드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세계 모든 교육자의 절박한 과제이다. 농촌유학은 한국의 실험이 되겠다. 농촌유학은 시멘트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학생들이 농산어촌에서 대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흙을 밟으며 생태감수성을 틔우는 일이다. 또 자연과 함께 있는 '고향'이라는 정서를 갖기 어려운 도시 학생들에게 제2의 고향을 만들어 주려는 마음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지방소멸 현상에 대응하는 의미도 컸다. 절대적으로 학생수가 부족하여 수업에 다양한 시도가 어려운 농촌 교실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했다.
이렇게 많은 의미를 담아 농촌유학정책을 펼쳤지만, 막상 참여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반신반의했다. 다행히도 나의 우려는 기우가 되었다. 농촌유학이 시작된 2021년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 된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오랜 거리두기로 지쳐있던 학생과 부모들의 관심이 높았다. 짧은 시간에도 81명이 참여하여 전남 곳곳으로 유학을 떠났고, 2년이 지난 지금은 누적 인원 714명이 되었다. 함께 떠난 가족을 포함하면 더 많은 수가 농촌에 내려가 생태적 배움과 삶을 일구고 있다. 전남도에서 전북도로 확대되면서는, 진안의 아토피 치유마을과 함께하는 농촌유학, 무주의 태권도를 배우는 농촌유학처럼 테마형 유학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전남, 전북을 넘어 강원까지 지역을 확대한다.
복합적 도전과 위기, 만성적 갈등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다른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 기술이 공존하게끔 하는 역량이 필수다. 내가 미래교육을 관통하는 중요한 원리로 공존을 제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갈등은 이분법적 진영 대결로 해결되지 않는다. 평행선을 달리는 진영 갈등을 넘어 지구와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을 깨닫고 공존상생의 보편적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갈등은 창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우리 교육 안에서 만들어지는 공존상생의 보편적 이야기 가운데 중요한 하나가 농촌유학이 될 것이다. 농촌유학이야말로 도시와 농촌, 인간과 자연이 공존과 상생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교육정책이다. 1982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2800개 이상의 농촌 학교가 학생수 급감으로 폐교됐다. 지금도 나날이 학생수가 줄어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처럼 수도권 인구가 거의 50%를 육박하는 나라에서, 농촌 학교의 폐교는 바로 지방소멸의 위기와도 연결된다. 교육감협의회장으로서도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어 농촌유학의 확대를 더 고민하게 된다.
농촌유학에 대해 어떤 이는 '하방'이라 하고 어떤 이는 '유배'를 얘기하기도 한다. 이는 "농촌 생활이 패배가 아닌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한 멋진 선택이 되도록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애쓰고 있다"는 지역 지원청 장학사의 말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농촌에 사는 주민에 대한 '폄하' 발언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학생들이 유학하는 마을에서는 도시에서도 어려운 승마나 골프교실과 같은 유학생 맞춤형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다. 농촌의 매력에 함께할 수 있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치열한 사교육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굳이 하고자 한다면, 원격 사교육조차도 받을 수 있다.
공존과 상생은 어려운 말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의 문제다. 인간과 자연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우리가 지구시민으로서, 대한민국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연대성을 잃지 않는 사회를 만들었을 때 가능하다. 나는 이를 공존의 교육을 통해 실현하려고 한다.
도시의 삭막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고 하는 어린이의 말을 따라 농촌유학에 흠뻑 빠져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