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 검증대 올라선 KT&G⋯'회계처리 위반' 논란 재점화 할까
2023-02-14 14:17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관련 회계처리 위반 중징계
금융당국의 '고의성' 판단 갈려 검찰 조사는 피해
금융당국의 '고의성' 판단 갈려 검찰 조사는 피해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세청은 현재 대전지방국세청 조사1국을 투입해 KT&G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전청 조사1국은 법인 관련 일반적인 조사와 탈세제보에 대한 처리를 맡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이번 세무조사에서 최근 수년간 금융당국과 정치권으로부터 제기됐던 ‘회계처리 기준 위반’ 논란에 대해 면밀하게 검증할 수 있다는 시각을 내고 있다.
해당 의혹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된 후 2020년까지 지속해서 흘러나왔다. 골자는 KT&G가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PT Trisakti Purwosari Makmur(이하 트리삭티) 인수 초창기부터 이후까지 고의적으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 했다는 것이다.
KT&G는 지난 2011년 트리삭티 경영권을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회사(SPC) 렌졸룩을 인수해 트리삭티 지분을 보유했다. 이듬해 트리삭티는 91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적자가 이어졌지만, KT&G는 거액의 투자금을 지속해서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단계에서의 부실 실사 의혹이 나온 대목이다.
또 KT&G는 트리삭티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는데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은 2017년 말 KT&G를 상대로 회계 정밀감리에 착수했다. 금감원 회계감리는 심사감리, 정밀감리, 테마감리 등으로 나뉜다. 정밀감리에 들어간 건 심사감리보다 의혹에 대해 더 깊이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관련 논란은 한 언론사가 KT&G가 트리삭티를 인수한 후 세금 납부용과 대출용 등 이중장부를 관리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후 더욱 증폭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T&G 경영정상화를 바라는 전 임직원들'은 2018년 초 트리삭티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이중장부와 회계처리 기준 위반 의혹과 관련해 백복인 KT&G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20년 초 감리를 마친 금감원은 KT&G가 트리삭티와 관련해 고의적으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고, KT&G에 검찰 통보와 임원 해임권고 등의 중징계 내용을 담은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KT&G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금감원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20년 7월 정례회의를 통해 KT&G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 안건에 대해 중과실로 결론 내렸다. 증선위 회계처리 기준 위반은 고의, 중과실, 과실로 나뉘는데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검찰 고발과 통보 등으로 이어진다.
금융위 최종 판단으로 검찰 조사를 피하게 된 KT&G는 증권발행제한 2개월과 감사인지정 1년, 시정요구, 개선권고 등 금감원 결정보다 낮은 제재를 받았다.
국세청 일각에서는 KT&G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가 2016년 말 이후 처음인 만큼, 수년간 지속돼 온 의혹에 대해 검증 차원에서라도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국세청 전 고위 관계자는 “조사국은 조사전에 대상 법인 관련 이슈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사전 분석단계에서 이미 분석했을 수도 있지만 조사 과정에서도 세무상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재무제표 수정 등 고의성 없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 부분에 대한 후속 조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KT&G 관계자는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 “이번 세무조사는 기업이 5~6년 마다 받는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라며 “이미 2018년에 검찰 수사가 최종 무혐의로 종결됐고, 이밖에 수년간 검찰과 금융당국 조사를 통해 회사는 충분히 소명한 사안”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