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없는 건설업체, 공사 성공적 마무리...대법 "사기죄 아냐"

2023-02-09 12:23
사기죄 전제인 '재산권 침해' 아냐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사진=연합뉴스]

전문건설업 국가자격이 있다고 발주처를 속인 건설업체가 원청으로부터 받은 하도급 공사를 하자 없이 끝냈다면 '사기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기죄의 전제인 '재산권 침해'가 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대표 A씨(64) 등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건설업체를 운영하면서 타 업체가 따낸 교량 가설을 하도급받아 특허 공법으로 공사를 시행한 혐의를 받았다. A씨의 업체는 건설 기술 관련 특허권이 없는 전문건설업 자격을 갖지 못한 업체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주무관에게 특허 공법의 견적가가 가장 높다는 정보를 전해 듣고 가격을 조작해 공사를 하도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의 건설업체가 자본금이나 국가기술자격 보유 요건을 충족했다고 지자체를 속인 것은 '기망'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대법원은 A씨에게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 업체가 체결한 교량 가설 공사 계약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 계약"이라며 "3건의 공사 모두 정상적으로 준공됐고, 시공상 하자가 발생했거나 특허 공법의 결함이 밝혀진 사실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행위가 건설산업기본법이나 국가기술자격법, 상법 등이 정한 '제재 대상'일 수 있지만 공사가 정상적으로 끝난 이상 사기죄의 전제인 '재산권 침해'를 유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된다.

A씨 업체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때 국가기술자격증 소지자 전원이 시공에 참여해야 한다거나 외부 인력 참여가 엄격하게 금지된다는 내용의 '특별한 약정'이 있지 않았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다만 대법원은 A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횡령이나 뇌물 공여 등 나머지 혐의는 원심의 유죄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