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동산PF' 시한폭탄 터질까…증권사 연체율 3년 만에 1.3→8.2% '훌쩍'
부동산시장 활황으로 몸집을 키워 온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우리 경제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PF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이 8%를 웃돌고,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2%대로 올라서는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작년 9월 말 기준 12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15조1000억원 확대됐다. 업권별로는 보험사 비중이 전체의 35.2%(44조1000억원)로 가장 높았고, 은행이 27.2%(34조1000억원)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21.6%(27조1000억원), 저축은행 8.5%(10조7000억원), 새마을금고나 단위농협 등 상호금융이 3.8%(4조8000억원), 증권사 3.6%(4조5000어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출잔액과 함께 연체율도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PF대출 관련 금융권 연체율 평균치는 작년 9월 말 기준 0.9%로 전년 말(0.38%) 대비 0.52%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에서도 은행(22년 9월 0.03%)과 상호금융(22년 9월 0.09%)을 제외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증권사 연체율의 경우, 작년 9월 기준 8.2%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까지만 해도 부동산PF 관련 증권사 연체율은 1.3% 수준에 그쳤다. 2020년(3.4%)과 2021년(3.7%) 3%대로 상승한 연체율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두 배로 뛰었다. 저축은행업권 역시 2021년 말 1%대 초반이던 연체율이 지난해 9월 들어 2.38%까지 상승했고, 캐피털사 등 여전사 연체율 또한 2%대(2.37%)로 집계됐다.
부동산PF 리스크를 바라보는 시장의 위기감은 최근 국내 금융지주사 별로 진행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정석영 우리금융 리스크관리책임자(CRO)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그룹 내 부동산PF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조8000억원으로 연체율은 1.7%"라며 "전체 연체율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나 그 비중은 전체 여신 대비 0.8%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리스크에 노출된 부동산PF 규모는 1조7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방동권 신한금융 최고리스크담당자(CRO)도 실적 발표 간담회에서 "(그룹 계열사의) 부동산PF·브리지론 규모가 8조9000억원인데 이 중 30%는 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다"며 "인·허가나 공정 지연, 금리·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따른 사업 차질, 브리지론의 본PF 전환불가 리스크 등으로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