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美, 전투기로 中 정찰 풍선 격추…미·중 관계 살얼음판

2023-02-05 15:05
스텔스기 동원해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
미 국방부, FBI와 합동조사 예정
중국 정부, "강한 불만과 항의"

격추되는 중국 풍선의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잔해 수거에 나섰다. 중국은 기상관측용 민간비행선의 통제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했지만, 미국은 주권침해로 규정하고 강공책을 펼쳤다. 미국의 강공책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풍선 격추 성공, 조종사 칭찬하고 싶다"
4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오후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북부사령부 소속 전투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이 보낸 고고도 정찰 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며 "미국 본토의 전략적 장소를 감시하기 위해 중국이 사용하던 열기구는 미국 영해 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약 6만~6만5000피트(약 18~20㎞) 고도에 있던 풍선을 버지니아주 랭글리 기지에서 출격한 F-22 전투기가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이날 오후 2시 39분께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전투기가 풍선을 추락시키는 영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흰색 풍선이 연기를 내며 힘없이 추락하는 모습이 담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성공적으로 풍선을 격추했고 나는 여기에 참여한 비행사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일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에 풍선 사격을 허가하면서 풍선 경로 아래에 있는 미국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격추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국방부는 정찰 풍선이 대서양 쪽 동부 해안으로 갈 때까지 기다렸고 육지로 추락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이날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풍선의 잔해는 47피트(약 14.3m) 깊이의 얕은 바다에 떨어졌다. 국방부는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구조함을 투입해 풍선의 잔해와 정찰용 장비 등 모든 물체를 최대한 수거하고 조사할 계획이다.

중국의 정찰 풍선은 버스 3대 정도의 크기로 3일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발견됐다. 이후 중국 정부는 해당 풍선이 중국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정찰 풍선이 아닌 '민간용 기상관측선'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민간비행선 공격은 과잉 반응" 
그러나 이번 정찰 풍선 격추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민간비행선을 공격한 것은 과잉 반응이라는 주장이다. 

5일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검증을 거쳐 이 비행선이 민간용이고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진입했으며 의외의 상황임을 이미 여러 차례 미국에 알렸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 풍선이 지상 인원에게 군사적·신변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과잉 반응을 보인 것은 국제관례를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중국은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보호할 것"이라며 추가 대응 조치를 시사했다.

문제는 중국이 풍선 격추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당국 관계자들은 미국이 풍선 격추 같은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중국 정부에 전달했지만 최종 계획을 전달하지는 않았다. 중국 정부는 이 부분까지도 지적하는 것이다. 
 
미·중 관계 한동안 경직 예고…NYT "풍선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미·중 관계가 경직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NYT는 "모든 것을 뒤집는 데 풍선 하나만 필요할 뿐이었다"고 평가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해빙될 수 있었지만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로리 다니엘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이사는 중국의 정찰 풍선에 대해 "이 작은 행동이 큰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며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여기까지 오기 위한 과정을 고려하면 이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자오밍하오 중국 푸단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도 "중국과 미국이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무색해졌다"며 "(미국의) 새 의회가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칼을 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서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미국 하원의회는 대중 강경파들이 포진하게 됐다. 하원은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를 출범했고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중국의 경고에도 대만 방문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의 풍선 격추를 앞두고도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바이든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존 테스터 민주당 상원의원은 "바이든 정부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 측) 사람들을 우리 위원회로 끌어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것인지 제대로 된 대답을 듣겠다"고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