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에서 난방용 가스마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집집마다 '난방대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천연가스 부족과 한파 문제가 겹쳐 매우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난방을 계속 틀면 난방이 자동으로 꺼지고 이불을 두껍게 덮고 자도 추워서 일찍 깬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살인적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북단 헤이룽장성의 모허시는 연일 영하 50도까지 떨어졌다. 중국 기상대는 "지난 20일부터 연일 최저 기온이 영하 50도 밑으로 내려갔다"며 "특히 22일 오전 7시에는 영하 53도를 기록해 중국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수도 베이징도 영하 10도까지 떨어졌으며,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날씨를 보였던 중국 남부 지방도 최강 한파가 찾아와 중국 기상대는 한파주의보에 해당하는 '저온 홍색 경보'를 발령했다.

문제는 한파에도 천연가스가 가정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가 가스업체에 지급했던 보조금을 중단하다 보니, 가스 업체는 수익이 덜 나는 가정난방용 가스 공급을 꺼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산업용 가스에는 추가 가격을 더할 수 있지만 가정용 가스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가스업체로서는 산업체에 공급하면 이익을 더 남길 수 있기에 가정용 가스 공급을 꺼리고 있다. 영국 금융데이터업체 레피니티브의 중국 에너지 전문가인 옌친은 "중국은 실제로 겨울을 버틸 충분한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가격 규제와 보조금 감소로 중국 북부 가정에 가스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 당국의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따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보일러 연료를 바꾼 중국 농촌지역 주민들도 가스 공급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빈번한 가스 공급 중단은 물론 물량 제한과 품질 불량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은 2017년부터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석탄 사용을 줄여온 대신 천연가스 사용을 늘리며 겨울철 난방도 석탄난로 대신 가스·전기 보일러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 급등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해왔는데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상황이다. 가스를 들여오는 수입 가격이 오르면 중국의 가정용 가스 공급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중앙정부는 각 지방정부에 천연가스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표하지 않아 당분간 가정용 난방 공급 문제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중국 경제 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차관급)은 앞서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지방과 기업은 민생을 위한 에너지 공급과 가격을 보장하는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책임을 지방정부에 돌렸다. 그는 "앞으로 유사한 문제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천연가스 저장 부지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