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車 생산량 늘어도 소비침체 못 막아…'공급자 우위 시대' 마침표

2023-01-18 14:32

이동헌 현대자동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상무)이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신년 세미나에서 올해 자동차 시장을 전망하는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린 지난해와 달리 공급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자 구매여력 약화로 판매 증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또한 중국 전기차 수출이 확대되고 전기차 시장 판매 1위인 테슬라의 점유율이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18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2022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리뷰 및 2023년 전망’이라는 주제로 신년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동헌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산업연구실장은 올해 주요국의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가계부채 확대와 경기부진 심화로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8000만대 미만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600만대 수요와 비교하면 약 7% 감소, 지난해 7600만대와는 약 5% 증가한 수준이다.

주요 지역별 판매 예상 추이는 △미국 1482만대(전년 대비 6.6% 증가) △유럽 1315만대(2.7%) △중국 2190만대(3.1%) △인도 396만대(3.7%) △브라질 206만대(5.2%) △중남미 189만대(3.4%) △한국 168만대(2.1%) △캐나다 158만대(7.0%) △호주 105만대(1.6%) 등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의 급속한 재편 등 돌발 악재가 산재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업계 이슈로 작용했다면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차량 수출입을 가로막는 위험요인이 넘쳐난다고 분석했다.
 

[자료=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2024년까지 완벽한 해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반도체 제조사들은 가전용 반도체 수요 감소로 차량용 반도체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EU(유럽연합) 가스 수출 중단 장기화에 따른 EU 주요국의 에너지 상황 악화가 심화되면 주요 제조사들의 차량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수에서 전기차 경쟁력을 키운 중국은 올해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 확대해 기존 완성차 제조사들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 1위인 BYD(비야디)는 유럽 진출에 이어 인도, 브라질, 일본, 태국 등 진출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에는 생산공장 3곳을 구축할 정도로 거점별 전기차 생산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 1위를 지켜왔던 테슬라의 점유율 하락세도 주목할 사항이다. 테슬라는 2019년 76%의 점유율로 전기차 시장을 압도했으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65%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신차를 42종 출시했으며 올해 49종으로 신차 비중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2024년에는 52종까지 늘어나는 등 소비자 선택지가 갈수록 넓어져 테슬라의 아성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도 SUV 모델은 대세를 이어갈 분위기다. 2019년 39.1%의 비중을 보였던 SUV는 지난해 43.3%에서 올해 약 44%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세단 모델은 같은 기간 42.9%에서 37.5%, 약 36%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전 세계 완성차 판매 1위인 도요타가 전기차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폭스바겐이 플래그십 전기차 ‘트리니티’ 출시를 2026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한 것, 포드가 자율주행 프로젝트 ‘아르고’의 사업 중단에 나서는 등 주요 제조사들마다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 극복이 제조사들의 핵심과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헌 실장은 “올해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 흐름에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마다 수익성 증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전기차 전용플랫폼부터 자율주행 기술개발까지 미래 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