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주문 취소" 보고플레이, 회생 절차에 피해 확산 우려
2023-01-18 14:14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보고플레이가 경영난으로 회생 절차를 밟는다. 업계 최저가 전략을 내세워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으나 팔수록 적자인 구조적인 문제에 투자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회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는 전날 입접업체들에 이메일을 통해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공지했다.
류 대표는 "현재의 투자 상황과 시장 상황에 따른 매출 추이를 볼 때 저희 독자적인 힘으로는 더 이상 단시간 안에 개선이 어려움을 직시하게 됐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재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결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보고플레이는 삼성전자 출신 류승태 대표이사가 2019년에 설립한 회사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C-LAB으로 시작해 2019년 10월 독립 법인을 세웠다. 한때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진행하는 '스타일테크 유망기업 2기'에 선정되며 예비 유니콘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보고플레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급성장했다.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한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보고플레이의 거래액은 독립 1년 2개월 만에 500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2300억원으로 3년 새 4배 넘게 고속 성장했다. 회원 수도 2020년 3월 4000명에서 지난해 100만명을 돌파했다.
플랫폼 '보고'는 업계 최저가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주부들이 자주 이용하는 맘카페 등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 최저가 행사인 '핫딜' 이벤트를 전개하며 소비자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상품을 구매하면 금액만큼 포인트로 돌려주는 페이백 제도를 운영해, 해당 플랫폼에서 다시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업계는 이 같은 최저가 전략을 경영난의 원인으로 꼽는다. 보고플레이의 초기 자본금(2020년 기준)은 1034만원에 불과하다. 초기 자본이 적다보니 거래액으로 몸집을 불리는 식으로 투자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영업손실액은 23억58만원이다. 영업적자가 매출(53억8624만원)의 절반에 달하는 셈이다. 부채비율은 332.5%에 달했다.
보고플레이는 할인 쿠폰, 최저가를 내세워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이는 기업이 가져가는 마진을 줄여 고객 혜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여기에다 금리 인상 여파로 투자시장이 위축된 것도 자금난 해소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고는 맘카페 등 SNS 중심으로 핫딜 이벤트를 많이 했다"면서 "수익보다는 거래액을 불려서 투자 받고 그 자금을 다시 할인 쿠폰, 페이백 등에 투입해 성장하는 전략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현재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받기가 쉽지 않다. 자금난 해소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