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CES 2023의 경고음···'질보다 양' 집중한 한국의 혁신
2023-01-15 06:00
"솔직히 지난해와 다른 점은 크게 없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못 왔지만 올해 오는 관람객이나 바이어가 있을 수 있으니까 부스를 꾸몄다."
CES 2023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만난 한 국내기업 관계자는 지난해와 차별화된 혁신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3이 5~8일(현지시간) 나흘 동안의 행사를 마치고 막을 내렸다. CES는 매년 새해 벽두에 미래 기술 혁신의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 세계 산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행사다. 올해는 174개국에서 3100개의 기업이 전시에 참여했으며,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드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흥행에 성공한 이번 CES에서는 유독 국내 기업이 많이 눈에 띄었다. 2020년 390여개 기업 대비 50%가량 늘어난 550여개 기업이 참가해 미·중 갈등으로 참가 기업이 현저히 줄어든 중국을 제치고 개최국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로 부상했다.
실제 CES 현장에서도 십여걸음 안에 한국기업의 전시관을 찾을 수 있었고, 이들 전시관에서 한국 관람객을 상대로 한국어로 전시물을 설명하는 모습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과연 질적으로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할 만한 수준이었는지는 미지수다. 개인차가 있었지만 삼성·SK·LG 등 국내 대기업 그룹이 직접 꾸민 전시관을 둘러본 관람객 사이에서도 '깜짝 놀랄 만한' 혁신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355여개에 달했던 국내 스타트업은 혁신의 편차가 심각했다. 한 곳 정도 참신함으로 돋보인 스타트업이 있었지만, 아홉 곳은 혁신보다 제품 홍보와 마케팅에 치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미국 현지에서는 국내 기업의 혁신성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전시에 참여한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러나 CES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행사 기간 동안 글로벌 각국의 글로벌 혁신지수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혁신에 대한 인식을 나름대로 밝혔다.
CTA는 한국이 70개국 중 26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인적자본, R&D투자, 디지털자산,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드론 등에서 A등급의 평가를 내렸지만 다양성(D)과 사이버보안(F)에서 높이 평가하지 않은 결과다. 핀란드, 미국, 에스토니아, 스웨덴, 노르웨이 등 국가가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혁신 챔피언으로 분류된 것과 상당한 차이다.
전 세계 산업권에서 CES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고도 분명하다. 어느 기업이 글로벌 기술 혁신의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기존 제품과 대동소이한 10가지 전시물보다는 상식을 타파한 단 하나의 게임 체인저가 주인공이 된다는 의미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CES에서 한국 기업은 주인공보다는 조연에 가까웠다는 지적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CES 참여 기업 숫자가 과거보다 늘었는지, 타국보다 많은지 비교하는 일은 생산설비를 충분히 갖춰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제조업 시기에나 통용되는 방식에 가깝다. 과거의 방식대로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이번 CES에서 한국이 성공했다고 진단을 내린다면 크나큰 오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 혁신보다 홍보·마케팅에 집중한 기업으로 머릿수만 채운 상황에서 한국이 글로벌 수위권 혁신 국가라고 자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국의 혁신이 궤도에 올랐다고 자부하기보다는 앞으로도 규제를 개혁하고 제도적·문화적으로 혁신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더욱 늘려야만 미국 등 제대로 된 혁신 국가와 차이가 벌어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 가깝다. 양적 성장에 마음을 놓았다가는 삽시간에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CES에서 한국의 성과가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CES 2023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만난 한 국내기업 관계자는 지난해와 차별화된 혁신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3이 5~8일(현지시간) 나흘 동안의 행사를 마치고 막을 내렸다. CES는 매년 새해 벽두에 미래 기술 혁신의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 세계 산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행사다. 올해는 174개국에서 3100개의 기업이 전시에 참여했으며,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드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흥행에 성공한 이번 CES에서는 유독 국내 기업이 많이 눈에 띄었다. 2020년 390여개 기업 대비 50%가량 늘어난 550여개 기업이 참가해 미·중 갈등으로 참가 기업이 현저히 줄어든 중국을 제치고 개최국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로 부상했다.
실제 CES 현장에서도 십여걸음 안에 한국기업의 전시관을 찾을 수 있었고, 이들 전시관에서 한국 관람객을 상대로 한국어로 전시물을 설명하는 모습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과연 질적으로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할 만한 수준이었는지는 미지수다. 개인차가 있었지만 삼성·SK·LG 등 국내 대기업 그룹이 직접 꾸민 전시관을 둘러본 관람객 사이에서도 '깜짝 놀랄 만한' 혁신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355여개에 달했던 국내 스타트업은 혁신의 편차가 심각했다. 한 곳 정도 참신함으로 돋보인 스타트업이 있었지만, 아홉 곳은 혁신보다 제품 홍보와 마케팅에 치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미국 현지에서는 국내 기업의 혁신성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전시에 참여한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러나 CES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행사 기간 동안 글로벌 각국의 글로벌 혁신지수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혁신에 대한 인식을 나름대로 밝혔다.
CTA는 한국이 70개국 중 26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인적자본, R&D투자, 디지털자산,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드론 등에서 A등급의 평가를 내렸지만 다양성(D)과 사이버보안(F)에서 높이 평가하지 않은 결과다. 핀란드, 미국, 에스토니아, 스웨덴, 노르웨이 등 국가가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혁신 챔피언으로 분류된 것과 상당한 차이다.
전 세계 산업권에서 CES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고도 분명하다. 어느 기업이 글로벌 기술 혁신의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기존 제품과 대동소이한 10가지 전시물보다는 상식을 타파한 단 하나의 게임 체인저가 주인공이 된다는 의미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CES에서 한국 기업은 주인공보다는 조연에 가까웠다는 지적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CES 참여 기업 숫자가 과거보다 늘었는지, 타국보다 많은지 비교하는 일은 생산설비를 충분히 갖춰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제조업 시기에나 통용되는 방식에 가깝다. 과거의 방식대로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이번 CES에서 한국이 성공했다고 진단을 내린다면 크나큰 오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 혁신보다 홍보·마케팅에 집중한 기업으로 머릿수만 채운 상황에서 한국이 글로벌 수위권 혁신 국가라고 자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국의 혁신이 궤도에 올랐다고 자부하기보다는 앞으로도 규제를 개혁하고 제도적·문화적으로 혁신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더욱 늘려야만 미국 등 제대로 된 혁신 국가와 차이가 벌어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 가깝다. 양적 성장에 마음을 놓았다가는 삽시간에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CES에서 한국의 성과가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