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은 여전히 냉랭] 강남아파트 줄줄이 경매 유찰…압구정도 '추풍낙엽'

2023-01-13 06:00
2년 만에 경매 등장 압구정현대 유찰…"주택시장 한파 번져"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선행지수인 경매 시장도 부동산 침체를 비켜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동안 경매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던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비롯한 '강남 대장주' 아파트들이 최근 경매에서 잇따라 유찰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경기 불황과 아파트값 하락으로 강남권 대표 단지들조차 경매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전날 입찰이 진행된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6차 전용 144㎡는 유찰되며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매 시장에 나왔을 때부터 감정가(49억원)가 현 시세보다 높아 유찰이 유력했던 물건이다. 해당 단지 같은 면적 매물의 최근 실거래가는 46억5000만원, 호가는 44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는 "며칠 전 같은 면적 매물이 44억원 수준에 매매 거래된 사례가 있어 2차 경매에서도 낙찰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법원경매로 나온 건 2020년 10월 22일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당시 압구정 현대8차 전용면적 107㎡ 입찰에는 9명이 몰렸고 최종 낙찰가율은 114.36%로 감정가(21억1000만원)보다 3억 비쌌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부의 상징'으로 통하는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10일 경매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다. 타워팰리스 전용 162.6㎡는 최저매각가격 32억원에 2회차 입찰이 열렸지만 또다시 유찰됐다. 이 단지 같은 면적 매물은 지난해 1월 42억원에 매매거래된 바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새 주인을 찾더라도 2~3회 입찰에 부쳐지는 것은 기본이다.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 미성1차 전용 118.6㎡는 10일 진행된 2회차 입찰에서 32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88.8%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첫 입찰에서 유찰된 도곡아이파크1차 전용 84㎡는 이날 16억3100만원(낙찰가율 82%)에 주인을 찾았다. 직전 최고가는 20억원이었다. 앞서 강남 재건축 대표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104.3㎡도 지난해 11월, 5년 만에 경매시장에 나왔으나 응찰자가 없어 두 차례 유찰됐다. 같은 면적 직전 최고가는 28억2000만원이다. 다음 달 2일 3차 입찰은 최초 감정가(27억9000만원)의 64% 수준인 17억8560만원에서 시작된다.

이처럼 대표적인 재건축단지나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 고가 아파트들마저 경매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은 주택시장 한파와 무관치 않다. 경매 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데, 각종 규제 완화책에도 시장의 방향 전환보다는 가격 하락에 무게를 두는 이들이 많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지지옥션의 '2022년 12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76.5%로 9년 만에 80%선이 무너졌다. 집값 하락세와 금리 인상이 지속되며 자금 마련 등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낙찰가율이 낮고 유찰이 반복되는 것은 시세보다 감정가가 높게 책정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매로 나온 매물의 감정평가는 보통 입찰일 6~8개월 전에 이뤄진다. 최근 유찰된 압구정 아파트 등의 감정가가 책정된 시기는 작년 5~7월로,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나오던 시기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하락기에 압구정 등 강남은 아직 규제 지역에 속해 매수세가 줄 수밖에 없다"며 "요즘 강남 알짜 단지들도 한번 정도는 다 유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내집 마련 수요자라면 경매를 통해 저가 매수를 신중하게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