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백화점 매출 분석] '호황기' 누린 백화점업계...신세계 vs 롯데, 승자는?
2023-01-09 17:28
백화점업계가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톱10' 점포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고 전국 70개 주요 점포 평균 매출도 전년보다 늘었다.
특히 두 번째 2조 클럽 입성 점포인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약진이 눈에 띈다. 신세계 강남점과 매출 격차를 줄이며 선두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매출 3조원에 누가 먼저 도달할지도 관심사다. 지방 점포 대부분이 고전한 가운데 대구에서는 신세계 대구점이 압도적인 매출 신장률로 경쟁점포인 롯데 대구와 더현대 대구를 눌렀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 70개 점포 매출은 38조95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4% 늘어난 수치다. 매출 '톱10' 점포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고 롯데 잠실과 신세계 대구의 매출 신장률은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매장은 11곳이다.
◆ 작년 단일 점포 매출은 '신세계'-전체 점유율은 롯데 '승'···올해 첫 3조원 매출 주인공은?
신세계와 롯데 간 '자존심 대결'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먼저 단일 점포 매출은 신세계 강남점이 1위다.
신세계 강남은 작년 매출 2조8398억원으로 6년 연속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위를 이어갔다. 매출이 전년 대비 13.9% 성장했다. 지난해 중층 메자닌 공간, 1·2층 전문관, 뉴컨템포러리 전문관 등을 리뉴얼하며 국내 최고 럭셔리 백화점으로 위상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신세계 강남은 신장률에서 롯데 잠실에 밀렸다. 신세계 강남점은 작년 14% 신장했지만 2위인 롯데 잠실점(2조5982억원)은 '톱10' 중에 최대 신장률(21%)을 기록하며 신세계를 바짝 추격 중이다. 신세계 강남점과 매출 격차도 2021년 약 3463억원에서 지난해 약 2417억원으로 1000억원가량 줄었다.
롯데 본점(을지로, 1조9343억원), 신세계 센텀시티(1조8449억원), 현대 판교(1조4532억원), 신세계 대구(1조391억원), 현대 본점(압구정, 1조2375억원)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갤러리아명품관의 약진이 눈에 띈다. 갤러리아명품관은 작년 매출 1조2260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10위에서 지난해 8위로 두 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매출 신장률은 15.8%다.
2021년 2월 새로 개점한 더현대 서울이나 2021년 8월 개점한 신세계 대전 아트앤사이언스점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신세계 대전 아트앤사이언스점은 매출 8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4% 상승했다. 2021년 8월 개점한 것을 감안해도 높은 신장률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개점한 롯데백화점 동탄점 매출은 4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상승률은 90%였다.
신세계·현대·롯데 간 '대구 전쟁'에서는 신세계 대구가 압승을 거뒀다. 신세계 대구점은 20% 신장하며 7위를 기록했다. 반면 더현대 대구와 롯데 대구점은 각각 매출이 3.8%, 2.8% 하락했다.
새 점포와 상권이 겹친 기존 백화점들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70개 점포 중 역신장을 기록한 점포는 7곳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갤러리아 타임월드, 더현대 대구, AK 분당점, 현대 미아, 롯데 대구, 롯데 센텀시티 등이 마이너스 성장했다.
브랜드별 전체 점포 매출 점유율은 롯데가 신세계를 눌렀다. 매출을 전체 점유율로 환산하면 롯데백화점은 35.1%로 가장 높다. 롯데백화점은 32개 점포에서 총 매출 13조6716억원 기록했다.
2위는 29.7% 점유율을 기록한 신세계가 차지했다. 전년보다 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신세계는 13개 점포에서 총 매출 11조5760억원을 기록했다. 강남점, 센텀시티점, 대구점, 본점 등 우량 점포 실적이 상승을 이끌었다.
현대는 24.1%로 전년보다 점유율이 소폭 줄었다. 현대는 16개 점포에서 매출 9조3998억원을 거둬들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첫 '3조' 매출 점포 탄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출 1위인 신세계 강남점이 지난 2년 수준 매출 신장률을 유지한다면 매출 3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신세계 강남점 매출 신장률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전년 대비 22.3%, 13.9%였다.
‘매출 2조 클럽’에 지난해 처음 이름을 올린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3조 매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롯데 잠실점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전년 대비 22.1%, 21% 성장률을 보였다. 롯데 잠실점도 예년 수준으로 호조를 이어간다면 3조원 돌파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올해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 긴축'으로 전년 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통시장 업황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 롯데백화점, 대형화·고급화로 1위 탈환한다
롯데 잠실점은 백화점·에비뉴엘몰(명품관)과 올해부터 롯데월드몰까지 통합 운영하고 있다. 롯데월드몰을 통합하며 매출 성장이 예견됐지만 비교적 빠르게 매출 2조원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성장 배경에는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있다.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동시에 롯데월드몰과 연계한 마케팅을 전개했다.
특히 잠실점은 롯데백화점에서 유일하게 '에루샤(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를 유치한 점포다. '에루샤' 입점은 VIP 고객 증가로 이어진다. 백화점이 명품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롯데백화점은 점포 재단장을 통한 대형화·고급화로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부문에 2024년까지 총 2조3791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신세계 투자액인 1조720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 신세계 '핵심 점포 전략' 올해도 고수···현대는 '더현대 서울' '판교' 키운다
신세계 역시 1위 수성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2019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매출액 2조원을 돌파한 후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多)점포 대신 ‘각 지역 1등 점포 한 곳 키우기’ 전략을 구사해 온 신세계백화점에서 강남점은 명품 3대장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모두 입점한 주력 점포다.
실제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루샤'를 보유한 매장 매출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 3사 중 '에루샤'를 모두 유치한 점포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대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6곳이다. 실제로 에루샤 입점 점포는 지난해 기준 매출 '1조 클럽'에 가뿐히 안착했다. 전체 '1조 클럽 점포'는 지난해 기준 약 11곳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과 '현대 판교'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2022년 더현대 서울 매출은 9500억원을 돌파했다. 오픈 2년 차를 맞은 지난해 매출 목표는 9200억원이었으나 이번에도 300억원가량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개점 3년 차를 맞은 올해 연 매출 1조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현대 서울이 올해 매출 1조원을 넘기면 백화점 업계 사상 최단 기간 1조원 달성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지금까지 가장 빨리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점포는 신세계 대구점으로, 만 5년 정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