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미·중 관계 안정될까" 美 메이저리그서 시구 던지는 中 신임 외교부장

2023-01-01 15:29
'스킨십 외교'로 미중관계 개선 노력
때론 강경하게, 때론 온화하게···'강온양면'
習 집권3기 미·중 관계 개선에 나서는 中

친강 중국 신임 외교부장이 17개월간 주미 대사로 부임할 당시 '스킨십 외교'를 선보였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시구를 던지는 모습,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시구하는 모습, 미국 CBS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과 함께 테슬라 전기차를 시승하는 모습. [사진=친강 트위터]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시구를 선보이고, 일론 머스크 회장과 함께 테슬라 전기차를 시승하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NBA 유니폼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트위터로 소통하고···.

지난 12월 30일 중국 신임 외교부장에 임명된 친강(秦剛·56)이 직전에 17개월간 주미 대사로 부임할 시절 미국서 보여준 ‘스킨십 행보’다. 블룸버그는 친강이 외교부장으로 발탁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것이란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킨십 외교'로 미·중 관계 개선 노력
친강 부장은 2021년 7월 역대 최장수 주미 대사 추이톈카이(崔天凱)의 후임자로 발탁된 이후 17개월 만에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20기 중앙위원회 명단에 들며 왕이(王毅)의 뒤를 이을 차기 외교부장 1순위로 꼽혔다. 왕이는 당시 24명의 중앙정치국원에 입성하며 양제츠(楊潔篪) 뒤를 이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외교 사령탑에 오를 게 확실해졌다. 

1966년 3월생으로, 톈진(天津) 출신인 친강 부장은 중국 국제관계학원 국제정치과를 졸업했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30년 넘게 외교부에서만 근무한 외교 베테랑이다.

그간 외교부 대변인, 주영국 대사관 공사, 예빈사 사장(국장급), 부장조리(차관보급), 부부장(차관), 주미 대사직을 두루 거쳤다. 외국 순방에 나서는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가까이에서 보좌한 경험도 풍부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 주석이 신뢰하는 외교 참모”라고 표현했다.

주미 대사로 근무하기 전까진 미국과 직접적 교류 경험은 없다. 다만 중국 펑파이신문은 “친강은 과거 외교부 입사 전 미국 UPI 통신사 베이징 지국에서 뉴스 보조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사의 운영 체계를 경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친 부장은 과거 외교부 대변인을 두 차례 역임하며 갖가지 어록도 쏟아냈다. 특히 외신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솔직담백하고 거침없는 발언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대변인 시절인 2007년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미국 외신기자의 질문에 “미국에 (유교 경전인) ‘사서오경(四書五經)'을 선물하고 싶다. 미국은 공자의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배우길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2021년 2월 ‘늑대처럼 싸운다’는 의미인 중국식 전랑(戰狼)외교를 놓고 논란이 일자 "일부 국가나 사람들이 중국을 근거 없이 비방하는 건 '전랑'이라는 단어로도 형용하기 힘들다. 그야말로 '악랑(惡狼, 악랄한 늑대)'이라고 맹비난했다.
 
때론 강경하게, 때론 온화하게···'강온양면'
외교가에선 중국 ‘전랑외교’ 전사로 불리는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이나 루샤예(盧沙野) 주프랑스 대사와 비교하면 친강 부장의 발언은 좀 더 온화하고 신중하며 정도가 있다고 평가한다. 

친강과 수차례 교류한 경험이 있다는 한 학자는 펑파이신문에 "그는 실용적이고 숙련된 외교 베테랑”이라며 “일상 업무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데, 이는 다 풍부한 외교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주미 대사로 재직할 시절에는 중국의 국익을 단호하게 주장함과 동시에 중국 외교의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강온양면' 외교를 선보였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특히 미·중 간 갈등을 완화하는 데 주력하며 미국 각 지역 주지사와 빈번히 교류하고 언론 인터뷰도 가졌다. 

위안징둥 호주 시드니 대학 부교수는 블룸버그에 “중국 전랑시대 외교 이전에 대변인을 맡았던 만큼 더 나은 메신저(messenger, 사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는 어떤 어법과 표현 방식으로 세계와 교류할 줄 안다. '전랑'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친강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익명의 한 전직 미국 관료도 "강경한 어조로 중국 이익을 수호할 수는 있겠지만, 자오리젠보다 더 실용적이고 덜 공격적"이라고 전했다. 

사실 중국이 그동안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실력을 키움)를 버리고 전랑외교를 강화하며 대외 이미지가 악화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 우려도 커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4월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퓨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의 82% 이상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친강의 외교부장 발탁이 시진핑 집권 3기 외교 전략이 다시 '로키' 행보로 전환할 수 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習 집권3기 미·중 관계 개선에 나서는 中
실제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에서 시진핑 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 등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과 그동안 단절됐던 관계를 서서히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중국 외교사령탑으로 승진한 왕이 정치국원도 2023년 중국 외교 정책의 주요 과제로 미·중 관계의 정상 궤도 복귀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친강 부장으로선 향후 미·중 관계를 비롯해 전 세계 각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지가 최대 과제라 볼 수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친강은 12월 30일 외교부장 취임사에서 "중국은 평화·발전·협력·상생의 기치를 내걸고, 독립자주 외교를 견지하고, 평화발전 노선을 걸을 것"이며 "인류가 공동으로 직면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지혜, 중국 이니셔티브, 중국 역량을 제공해 세계 평화와 발전이라는 숭고한 사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새롭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세계 평화와 공동 발전이라는 외교 정책의 요지를 견지하고, 인류운명공동체 구축과 상호존중·공평정의·협력상생의 신형 국제관계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과 건설에 적극 참여함과 동시에,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중국 국민과 기업의 해외 합법적 권익을 전력을 다해 보장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쑨원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스팀슨센터 교수는 "주미 대사로 재직할 당시 그의 주요 임무는 미국과의 전쟁이 아닌 관계 개선이었지만,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그에게 또 다른 역할이 주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니 글레이저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 아시아 담당 국장은 "친강은 첫째는 시진핑, 둘째는 왕이의 의지에 따라 일할 것"이라며 "중국 외교 정책에서 친강은 집행자이지, (정책) 제정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