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영화 결산] 온탕·냉탕 오간 영화계…속편에 웃고, 관람료로 울었다

2022-12-30 06:00

올해 한국 영화계는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었다.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두 편의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코로나19 범유행 후 처음으로 '천만 영화'가 탄생하기도 했다. 반면 관람료 인상과 기대작들의 흥행 참패로 극장가 위기가 닥쳐오기도 했다. 극장들이 줄줄이 관람료를 인상하고 기대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며 다시금 어려움에 빠졌다. 아주경제는 2023년을 앞두고 다사다난했던 영화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갔던 한국 영화계를 짧게 톺아본다.
 

영화 '범죄도시2'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범유행 후 첫 '천만 영화'…마동석 '범죄도시2' 신드롬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악당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범죄도시2'는 길고 길었던 암흑기를 깨트린 작품으로 기억된다.

'범죄도시2'는 개봉 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하고 4일 만에 200만, 5일 300만, 7일 400만, 10일 500만, 12일 600만, 14일 700만, 18일 800만, 20일 900만명을 돌파하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개봉 25일 만인 지난 6월 11일 누적 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하며 코로나19 범유행 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모았다.

'범죄도시2' 기획·제작과 주연 배우를 맡은 마동석은 당시 "코로나19로 극장이 활기를 잃고 '천만 영화'는 더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가운데 '범죄도시2'가 기분 좋게 '천만 관객'을 모을 수 있어서 기쁘다. 한국 영화를 구원해 주신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극장에서 많은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며 남다른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범죄도시2' 흥행은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극장 내 취식이 허용되며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 속 시원한 액션을 자랑하는 '범죄도시2'가 입소문을 타며 자연히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다.

당시 CGV 측은 "CGV 데이터전략팀이 2016년 이후 500만명 이상 동원한 한국 영화 22편을 대상으로 관객 추천을 받아 수치화한 NPS(Net Promoter Score)를 살펴보면 '범죄도시2'는 60%에 가까운 수준으로 '영화 추천'을 받았다. 관객들의 입소문과 적극적인 추천으로 '범죄도시2'가 빠르게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본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칸 국제영화제 수상자 박찬욱 감독(왼쪽)과 송강호 [사진=연합뉴스]

높아진 '한국 영화' 위상…'헤어질 결심' '브로커' 칸 국제영화제 2관왕
지난 5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과 송강호·강동원·아이유 주연 영화 '브로커'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박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준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로 감각적 화면구성과 연출력으로 현지 관객은 물론 국내 관객들에게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작품. 192개국에 선판매되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 측은 "종전 한국 영화 최다 판매 기록인 '기생충'(205개국 판매)에 근접하는 역대급 해외 판매 성과"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가 수상한 건 2007년 영화 '밀양'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이후 두 번째. 한국 남자 배우로는 최초다. 송강호는 '박쥐' '밀양' '기생충' 등으로 칸 영화제에 7번째 방문했다.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송강호 외에도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이주영 등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극 중 송강호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을 훔쳐다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판매하는 '상현' 역을 맡았다. 특유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을 이끌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브로커' 역시 전 세계 171개국에 선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는 국내에서 각각 189만3517명, 126만1143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관람료 1만5000원 시대 [사진=연합뉴스] 

영화 관람료 1만5000원…가격 인상에 울상 짓는 관객들
지난 4월 CJ CGV가 영화 관람료를 1000~5000원 인상하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줄줄이 '관람료 인상'에 동참했다.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약 2년 동안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형 극장들은 3차례나 관람료를 올렸다. 현재 일반관은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이고, 포디엑스(4DX), 아이맥스(IMAX) 등 특별관은 평일 2만2000원, 주말 2만3000원 수준. 과거와 비교했을 때 가파르게 인상되었다. 지난 2001년 8000원이었던 영화 관람료는 2016년 1만1000원, 2018년 1만2000원으로 인상되었으며 4년 만에 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극장들은 관람료 인상에 관해 "극장과 영화업계 전반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관람료를 인상하게 되어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적자 폭이 더욱 늘어날 경우 극장은 물론 영화산업 전반의 붕괴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생존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음을 이해해 달라"라고 말했다.

영화 관람료 인상에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OTT 한달 구독료보다 비싸다"라고 토로하며 극장을 멀리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가 대거 개봉했던 여름에는 관객수가 뚝 떨어지는 등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속편 영화 전성시대…'N차 관람' 열풍
올해 극장가는 '속편 영화'가 이끌었다. 올해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모았던 마동석 주연 '범죄도시2'부터 이순신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한산: 용의 출현', 현빈·유해진의 '공조2', 라미란·김무열 주연 '정직한 후보2', 박훈정 감독의 '마녀2'와 톰 크루즈 주연 '탑건: 매버릭', 12월 극장가를 휘어잡은 '아바타: 물의 길'까지 속편 영화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데 성공했다.

'범죄도시2'는 천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가장 많은 관객수를 모았고,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이 817만 관객을,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담은 '한산: 용의 출현'이 726만 관객을 동원했다. 현빈·유해진·다니엘 헤니 주연의 '공조2: 인터내셔날'은 698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 회복에 힘을 보탰다.

특히 '탑건: 매버릭'은 팬덤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던 작품. 교관으로 복귀한 최고의 조종사 매버릭(톰 크루즈 분)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임무에 투입되는 새로운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6월 22일 개봉 후 14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한 '탑건: 매버릭'은 8일째 200만, 12일째 300만, 18일째 400만, 23일째 500만, 30일째 600만 돌파에 성공했으며 41일째 700만 관객을 돌파해 2022년 최고 외화 흥행작이라는 기록을 썼다.

두 달여 동안 극장에서 활약한 이 작품은 열혈 팬덤인 '탑친자'('탑건에 미친자'라는 뜻의 줄임말)를 양산하며 극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또 '탑건: 매버릭'의 흥행으로 국내 특수관 역시 호황기를 누렸다. 일명 '탑친자'들은 IMAX·4DX·돌비시네마·스크린X 등 특수관에서 'N차 관람'을 즐겼고 코로나19 범유행 후 4D·4DX 최다 관객수를 모으기도 했다. 코로나19 범유행 후 최고 흥행작인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일찍이 뛰어넘은 수치. 돌비시네마도 지난 2년 동안 총 136편의 영화가 상영되었지만 '탑건: 매버릭'이 평균 좌석 점유율 47%로 최다 관객 기록을 달성했다. 

​12월 개봉한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기세도 예사롭지 않다. 2009년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바타'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은 개봉 14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팬덤'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전편에 이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로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을 기반으로 더욱 확장된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으로 구현된 볼거리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