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서 떠나는 은행원들"…연말연초 은행권 희망퇴직 '러시'

2022-12-29 15:59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사진=연합뉴스]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은행권이 연말연시를 맞아 희망퇴직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뿐 아니라 일부 지방은행과 특수은행들도 저마다 희망퇴직을 단행하거나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만 40세 이상의 젊은 연령대 직원들도 퇴직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번 겨울에도 전년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많은 2000여 명 이상의 행원들이 은행을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8일부터 내달 2일까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은 1967~1972년생(만 50~55세)까지다. 국민은행 측은 이를 위해 노사가 합의한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 등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퇴직자는 근무기간에 따라 적게는 23개월에서 최대 35개월 평균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과 재취업 지원금(최대 3400만원),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검진, 학자금(학기당 350만원, 최대 8학기)을 지원받게 되며, 퇴직 1년 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등도 얻을 수 있다. KB 측은 내달 18일까지 최종 퇴직자에 대한 퇴사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이달 중순부터 지난 27일까지 직급별 희망퇴직 접수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관리자(1974년 이전 출생), 책임자(1977년 이전 출생), 일반행원(1980년 이전 출생)이다. 1967년생은 24개월치, 여타 행원들은 36개월 상당의 월평균 임금이 특별퇴직금으로 책정됐다. 또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과 최대 33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권 등을 퇴직 지원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전 직급 10년 이상 근무자(만 40~56세)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은 최종 퇴직자 규모가 1년 전(430여명)보다 많은 약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르면 이번주나 다음달 중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방은행이나 특수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BNK금융그룹의 은행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지난달부터 지난 1일까지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부산은행은 최대 42개월 상당의 월평균 임금, DGB대구은행은 32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Sh수협은행도 전 직급에 걸쳐 1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총 7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은행은 심사를 거친 뒤 이달 중 최종 확정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들어 은행권 희망퇴직은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로 통용된다. 앞서 지난 1월에도 국내 4대 은행에서 총 1800여 명의 행원이 짐을 싼 바 있다. 올해에는 은행권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항아리형' 인력구조로 고질적인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가운데 업무 효율화 등 비용절감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 시국 이후 빠르게 안착한 디지털 전환으로 영업점 방문자 수는 급감했고, 고금리 기조 속 본격화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높다. 특히 희망퇴직 과정에서의 인력 구조조정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으로 인력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역대급 실적에도 디지털 확대에 따른 영업점포 감소와 경기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확대하고 있고 연령대도 50대 위주에서 40대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경제상황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고용한파와 인력감축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