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저무는 임인년…우리 주변의 영웅들
2022-12-29 16:07
연말 매서운 추위가 우리를 움츠러들게 한다. 하지만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비단 강추위만은 아닐 것이다. 올 한해를 뒤돌아 보면 시작은 ‘정권교체’의 기대감에서 시작하였지만, 아직 안정보다는 급격한 변화 속에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다. 연일 정치 상황은 물론, 민생 역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정치권은 민생을 돌볼 생각은 않고 자신들의 관심사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이야기한다. 한편으로 답답하다.
올 한해 정말 많은 일들이 발생하였다. 2022년을 되돌아보면 코로나와 함께 심화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와 재편은 우리의 선택을 더욱 강요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시작된 국제적 갈등 속에 주유소의 가격은 마음 속 천장을 뚫었다. 문제는 지금의 유가 안정조차 잠시일 뿐, 내년의 유가 인상은 기정화된 사실이다. 최근 등유가격은 휘발유보다 비싸며 가스요금 역시 지난 이맘때에 비해 40% 이상 증가하였다. 전기요금 역시 정부의 현실화 방안 발표로 올해보다 최소 20%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복심리 역시 미 연방준비위원회의 통화긴축 장기화 전망이 나타나면서 연일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샘 뱅크먼프리드가 창업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과 더불어 올해 비트코인의 가격은 60% 급락하였다. 그나마 루나(LUNA)코인처럼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상황에 반추하며 버틸 뿐이다. 주식시장 역시 테슬라 주가가 핵심적 지지선까지 무너지며 2년 전 상황보다 나빠졌다. 쉽게 말해 2년 안에 주식을 구매한 사람들은 전부 마이너스라는 이야기이다. 본인처럼 빚을 내어 테슬라 주식을 매입한 소위 서학개미들의 마음은 지금의 경제상황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연말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코로나의 재확산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밖에 나가 돈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상인들도 힘들다. 너무 오른 물가 속에 밥 한끼가 1만원이 넘은 지 오래다. 밥이나 한끼 하자던 사람들의 인사도 이제는 듣기 쉽지 않다.
올 한해 우리를 울고 웃기는 일 역시 많았다. 개인적으로 세상이 힘들고 점점 각박해져서 그런지 핑계지만 요즘 눈물이 참 많아졌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최근 눈물을 흘렸던 상황, 첫 번째는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희생자들에게 올린 제사상이 그 시발점이었다. 우연히 본 영상 속, 사고 현장에 차려진 제사상을 두고 울음이 터진 상인과 경찰분들을 보며 본인 역시 눈물을 흘렸다. 이제 아프지 않은 곳에서 맘껏 숨쉬길 바란다는 글을 읽으며, 현장에 있던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이유도 알지 못하고 부모와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에 부모된 입장에서 그 슬픔이 밀려왔다. 영상을 보면서도 아무도 누구의 잘못이라 탓하지 않는다. 다만 그 아이들에게 책임을 지우며 자신의 안위만을 찾으려는 어른들이 있어 희생된 아이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가장 최근의 눈물은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 본 영화 ‘영웅’이었다. 이미 역사책과 뮤지컬 등을 통해 그 내용을 알고 있었으나 배우들의 열연과 웅장한 노래 속에 가슴 한편의 뜨거운 것이 꿈틀거렸다. 기꺼이 가서 죽으라는 안중근 어머니의 편지 신에서 내 뒤의 관객은 오열을 하더라. 나라를 위해 당당하고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 독립군 대장으로서의 안중근은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누가 죄인인가? 라는 뮤지컬 넘버는 돌아오는 내내 본인과 아이들의 입 속에 맴돌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연기력과 뮤지컬 음악에 대한 웅장함 뒤로 계속적인 물음이 남았다. 누구에게는 죄인, 누구에게는 영웅, 이는 시각에 따라 엄연히 달라질 수 있다. 역사 속 안중근은 독립군 대장으로서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은 살인죄가 아닌 독립전쟁 중 전쟁포로로서의 대접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일본인으로 구성된 법정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실제 안중근은 군인으로서 총살형을 요구하였지만, 일본 법정은 살인에 의한 교수형을 선고하였다.
우리는 누구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가?
영화 속,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은 조국이 우리에게 해준 것이 없는데 왜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주권을 빼앗긴 36년 동안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주권을 잃은 민족으로서 어떠한 수모와 고통을 당했는지 알고 있다. 소위 의문사를 당해도 하소연을 할 수 없었고 정치적, 경제적 수탈 속에 우리는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말을 사용하지 못하고 언론은 폐쇄되었다. 부당함에 대한 항거는 경찰과 헌병의 총칼로 유린되었다.
독립운동 및 항일 운동을 하다가 순국하신 선열에게는 ‘열사’ 혹은 ‘의사’라는 칭호가 붙는다. 노파심에, 이 둘의 차이는 무력 항거에 의한 차이다. 독립군 활동 등 무력으로 항거한 안중근은 애국의 관점에서 ‘의사’이다. 하지만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관점에서 안중근은 살인을 저지른 테러리스트일 뿐이다. 자신 시각에서만 보려 한다면 언제나 답이 정해져 있다. 소위 ‘내로남불’인 상황만이 반복될 뿐이다. 누가 죄인이고 누가 영웅인가?
코로나 시국, 우리는 주변에서 영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연말 거리의 떠들썩함이 이분들 덕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늘어난 눈물만큼 우리 주변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올해의 마지막 시론을 맡겨주신 아주경제 편집국과 독자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더불어 새해 소망 모두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