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모바일 신분증 앱 실종사건에 부쳐
2022-12-27 19:19
본지의 관련 보도 이후 행안부는 설명 자료를 통해 일시적으로 이용자 불편을 초래했음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앱이 한때 사라진 이유는 해당 앱에 탑재된 일부 기능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보안 정책과 맞지 않아 발생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세부사항을 문의한 결과 보안정책과 관련한 수정요구 사항을 구글 측에서 통보받고 개선한 앱을 제출해 이미 검수 절차를 밟는 중이었다. 따라서 구글이 앱 검수를 좀 빨리 해줬거나 검수가 끝날 때까지 기존 앱을 놔 뒀다면 업데이트 버전 앱으로 매끄럽게 교체되고 '실종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가능한 한 많은 이용자에게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알리고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한 창구 중 하나로 플레이스토어를 선택했다.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이 앱 장터에서 노출할 앱과 개선하고 차단해야 할 앱을 선별하는 기준, 정책을 세우고 그걸 실행할 권한은 모두 정부가 아닌 구글에 있다.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정부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구글이 한국 정부가 개발했다는 이유로 어떤 보안 정책 관련 이슈가 있는 앱의 제공에 특별한 편의를 봐주진 않을 듯하다. 이건 정부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민간의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판단하면서 미리 감수했어야 할 조건이다.
이번 사건에서 정부에 아쉬운 지점은 미흡한 대국민 소통 방식이다. 이미 서비스를 이용 중인 사람들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이 사라진 상황을 거의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앱을 처음 설치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부의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를 이용할 경로 자체가 원천 봉쇄된 상태였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플레이스토어에서 일시적으로 앱이 노출되지 않았으나 앱 업데이트 심사 후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안내는 없었다. 어느 비범한 국민이 검색을 통해 모바일 운전면허증 연계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발자 대상 웹사이트 게시판까지 찾아 와 질문을 남기자 그제야 정부는 "다른 안드로이드 앱 장터에서 이 앱을 설치할 수 있다"고 답했을 뿐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는 하반기 들어서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행안부 차원의 홍보가 수차례 있었다. 마침 연말은 올해 운전면허증 갱신 발급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신청이 몰릴 시기다. 앱이 사라졌던 기간은 채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라도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받는 김에 디지털 운전면허증을 써 보기로 마음먹었을 국민들에겐 충분한 안내가 필요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물론이고 운전면허증 갱신 발급을 처리하는 어떤 업무 협조 기관도 이와 관련한 안내를 하지 않았다. 이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이 별도 웹 페이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활용해 정기·비정기 운영 점검과 크고 작은 변경·개선 사항을 알리는 모습과 대비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는 의제를 내세워 민간과 공공 부문의 협력을 통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민관 협력을 통한 혁신은 공공 부문이 민간의 뛰어난 기술 역량을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이용자에게 크고 작은 서비스 운영 현황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 나가는 방식을 보고 배울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정부가 앱 장터에서 앱이 사라질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았더라도, 모든 서비스에 100% 무중단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면 문제가 있을 때 그걸 일반 이용자에게 알릴 외부 소통 창구 하나쯤 열어 둘 필요가 있다. 불통으로 감수해야 할 위험은 소통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보다 크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