솬Q·위안중·전자자차이… 올해 유행어로 본 중국 사회

2022-12-26 13:22
현실 무기력감 내포한 유행어 '눈길'

栓Q(솬큐)·冤種(위안중)·小鎮做題家(샤오전쭤티자)···

올 한 해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널리 쓰인 유행어들이다. 올해에도 중국엔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졌다. 상하이 도시 봉쇄나 갑작스러운 방역 규제 완화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돼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경제가 어려워져 각박해진 현실 속에서 사람들의 무기력감도 커졌다. 올해는 이러한 혼란한 사회상을 반영한 유행어가 대거 눈길을 끈다. 

중국 상하이 어언문자주보 편집부가 최근 발표한 유행어로 올 한 해 중국 사회를 짚어본다. 유행어는 중국사회과학원 어언연구소와 교육부 어언문자응용연구소를 비롯해 베이징대·베이징사범대 등 여러 대학의 어문기관 학자들이 함께 참여해 선정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인 유행어 '솬Q'. [웨이보]

'栓Q(솬큐)'는 광시자치구 구이린 양숴의 한 농민이 중국 숏클립(짧은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에서 현지 자연풍광을 소개할 때 말미에 시청자에게 영어로 'Thank you(땡큐)'를 "솬큐"라고 우스꽝스럽게 발음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리하여 栓Q가 '땡큐'를 대신해 고맙다는 뜻으로 널리 사용됐는데, 최근엔 비아냥 섞인 감사 표시나 어이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드립’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 10월 게재한 '땡큐 시진핑'이란 제목의 칼럼이다. 이 칼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오히려 중국의 퇴보를 가져와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국가의 역사에 뜻밖의 엄청난 축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해외 누리꾼들은 컬럼 제목을 ‘솬큐 시진핑’이라고 번역해 올리기도 했다. 

'위안중(冤種)'은 동북 지역에서 억울함을 당한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사투리다. 최근 온라인에서 행동이 어리숙한 사람, 혹은 우리나라 말로 '호구'나 '봉' 같은 의미로 쓰인다. 특히 직장생활 중 혼자서 일을 다 떠맡아 하거나, 업무 완수를 위해 남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등 억울한 상황에서 주로 사용한다. 

'샤오전쭤티자(小鎮做題家)'는 시골 출신으로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까지 나왔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금수저(집과 배경이 좋은 사람)가 잘 나가는 현실 앞에 무력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자조할 때 쓰는 말이다. 

올해  중국 10대 유행어에는 '푸러니거라오류(服了你個老六)'가 포함됐다. [사진=웨이보]

'푸러니거라오류(服了你個老六)'는 일상생활에서 누군가로 인해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내뱉는 말로 쓰이고 있다. 라오류(老六)는 원래 게이머들이 팀 게임에서 존재감이 없거나 제멋대로인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라오류가 예상 밖으로 최후의 승자가 됐을 때 “너한테 졌다”는 의미로 게이머들이 내뱉던 말에서 유래했다. 

‘투이투이투이(退退退)’는 '물러가라, '저리 가'란 뜻이다. 마치 악귀를 물리치듯 나쁜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주문과도 같다. 

올해 중국 10대 유행어에는 ‘투이투이투이(退退退)’가 포함됐다. [웨이보]

'PUA', 픽업 아티스트(Pickup artist)의 줄임말로, 원래는 여성을 꼬실 수 있는 이론이 있다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다. 오늘날 중국에선 직장·연애·가정·학교 등에서 발생하는 가스라이팅 행위를 PUA라고 부른다. 최근엔 온라인 인터뷰에서 한 사람이 PUA를 실수로 CPU(중앙처리장치)라고 말하는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누리꾼들이 재미삼아 일부러 PUA를 CPU, KTV(노래방) PPT(프레젠테이션), ICU(중환자실) 같은 영어 줄임말로 대체해 말하기도 한다. 

'퇀장(團長)'은 코로나 확산세로 도시가 봉쇄돼 상점들이 문을 닫아 식료품 구하기가 어려울 때 발벗고 나서서 공동구매를 조직하고 이웃에 생필품 배급을 주도했던 사람을 칭송할 때 쓰인 말이다.

한편, 어언문자주보 유행어에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중국 국가어언자원감측연구중심, 상무인서관, 광밍망에서 선정한 별도의 10대 유행어에는 '전자자차이(電子榨菜)'가 포함됐다. 

'자차이'는 중국식 짠지 반찬을 의미한다. 식사를 하면서 보는 인터넷 동영상이 밑반찬과 다름없다는 뜻에서 전자자차이라고 풍자한 것이다. 청년들의 온라인 동영상 중독 현상에 대한 우려의 의미도 담겼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