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반도체 세액공제 '찔끔'…재정 도움도 안되고, 경제 활성화도 안되고

2022-12-26 07:45
법인세, OECD 수준 과표구간 단순화도 무산

24일 0시 55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의결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부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확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사실상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경제주체에 감세 혜택은 돌아갔지만 예상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어서 경제 활성화를 이끌기는 부족한 데다 그나마 지킨 세수는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는 법인세 최고세율과 4단계로 나뉜 과표구간을 각각 1%p씩 낮추는 데 합의하면서 5년 동안 3조3000억원 규모의 법인세수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낮추는 정부안에 따른 감세 규모(4조2000억원)보다 9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이마저도 당장 '경제 한파'가 불어닥쳐 온기가 필요한 내년엔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할 전망이다. 법인세는 다년간 누적돼 걷히는 세금인 데다 이번 감소분은 2024년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으로 과표 구간을 단순화하겠다는 계획은 아예 무산됐다.

정부는 당초 4개 구간으로 이뤄진 법인세 과표 구간을 2단계(대기업)~3단계(중소·중견기업)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야는 세율 인하폭을 두고 줄다리기를 했을 뿐 과표 구간 단순화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반도체 등 설비 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도 '용두사미'로 끝났다. 

여야는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늘리는 내용 등을 포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는 여당안(20%)은 물론 야당안(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행 세액공제 비율은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다. 중견·중소기업은 기존 세액공제 비율을 유지하고 대기업만 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 법안은 여야 원내대표 협상 테이블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여당은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우려한다는 이유로, 야당은 대기업 특혜라는 이유로 협상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여당안이 통과될 경우 2024년 법인세 세수가 2조6970억원 감소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가 단기적인 세수 감소 효과에만 매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첨단산업 시설 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높이면 한국이 미래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산업과 기업이 성장해 지속적으로 세수를 늘릴 수 있는데 각자의 입장만을 앞세워 반도체 업계를 도와주기는커녕 법안만 '누더기'로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