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정기예금 1년새 166조원↑...역대 최대 증가

2022-12-25 10:57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올해 기준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역대 가장 많은 시중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에 몰릴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 자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반면, 예금금리는 4%대까지 치솟으면서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1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2월 말 654조9359억원 대비 166억2467억원 증가한 수치다.
 
정기예금 잔액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9년 말에 정기예금 잔액은 646조810억원, 2020년 말 632조4076억원이었으나, 2021년 말에 654조9359억원까지 늘었고, 올해의 경우 증가 폭이 2021년 대비 7배 이상 뛰었다.
 
5대 은행에서 전체 예금은행으로 범위를 넓혀도 정기예금 잔액은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모든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10월 186조608억원 늘었다. 11월과 12월까지 포함하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나온다. 이 통계가 집계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시중은행에 자금이 몰린 이유는 주요 자산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9개월 사이 정기예금의 금리대가 1%대에서 4%대로 3%포인트 치솟은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10월 예금은행 정기예금의 58%가 4.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됐고, 7.8%는 5.0% 이상의 금리로 이자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너무 많은 시중자금이 쏠리는 것을 우려한다. 예금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대출금리도 그에 따라 뛸 수밖에 없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는 코픽스(COFIX)를 지표를 따른다. 이는 국내 8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얼마나 큰 비용을 들였는지를 보여준다. 예·적금 금리가 코픽스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은 70~80%에 달한다.
 
은행에 자금이 몰리면 상대적으로 2금융권이 자금경색, 신용경색에 처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달 연 5%를 넘어섰다가 이달 4%대로 내려온 것도 은행권이 금융당국 눈치를 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