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 바스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 인터뷰

2022-12-20 18:56

알프레도 카를로스 바스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36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는 그토록 고대하던 월드컵을 품에 안게 됐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이번 월드컵 우승의 의미는 충분히 남다를 듯하다. 

20일 아주경제는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알프레도 카를로스 바스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를 만나 이번 월드컵 우승과 관련해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먼저 축하드린다. 아르헨티나가 1986년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을 차지했다.
“그렇다. 우리는 아르헨티나 유니폼에 3번째 별(월드컵 우승 상징)을 달 수 있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월드컵에서 3번 우승하면서 우리는 이제 다른 수준의 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아르헨티나 국민이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 것 같은데, 아르헨티나가 마침내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지금 소감이 어떤가.
“안도감을 느낀다. 만일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모든 경기를 봤다면 알겠지만 매우 힘든 여정이었다. 우리는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어쨌든 안도감이 들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만족스럽다. 아시다시피 축구는 세계적인 주요 비즈니스 및 경기 중 하나이고, 월드컵은 세계적인 중요 이벤트다. 그런 이벤트에서 우승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만족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말 축구를 잘했고, 우리가 정말로 월드컵 우승을 할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월드컵 우승 후 아르헨티나 현지 분위기와 반응이 궁금하다. 물론 사람들이 매우 행복해할 테지만 정확히 아르헨티나 현지 분위기가 어떤지 알고 싶다.
“150만명 이상이 거리로 몰려 나와 오늘 밤(아르헨티나 현지시간) 도착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맞이할 것 같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고 행복감을 표출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행복해하면서 즐거워 하고 있다. 아마 오늘은 모든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번 월드컵 초반에 아르헨티나가 어려움을 겪었다. 조별예선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졌다. 그 경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가지 일을 기억하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리는 결승까지 갔지만 1차전에서 카메룬에 졌다. 그리고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이 맞는다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했지만 1차전에서는 스위스에 졌다. 그래서 첫 라운드에서 마음이 아팠지만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면 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1차전에서) 우리는 잘 못했고, 사우디는 정말로 잘 뛰었다. 하지만 이것이 축구다. 이게 축구의 묘미다. 독일이 탈락했고 스페인도 탈락했다. 이것이 축구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이번에 우승한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승하리라 생각했다. 항상 우리는 (우승을) 생각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축구 강국 중 하나다. 우리는 항상 우리 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왜 우리가 월드컵에서 우승했냐? 그것은 우리가 다른 팀들보다 잘했기 때문이다. 간단한 말이지만 사실이고 실제가 그렇다. 우리는 모든 팀을 이겼고 우리가 더 잘했다. 내 생각으로는 (사우디와 치른) 1차전 이후 우리 팀에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충격을 받았던 것 같고, 이후에 훨씬 더 잘하기 시작했다. 이후 과정을 지켜보면 그들은 한 팀으로 뭉쳤고, 2~3경기에서는 정말 축구를 잘했다. 오랜 기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번 월드컵을 차지할 자격이 있었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1986년 월드컵이 생각났다고 한다. 이번 월드컵을 1986년 월드컵과 비교해보면 어떤가.
“그때는 1986년이었고 (지금과는) 다른 세계, 다른 축구였다. 물론 결과는 같았다. 모두 우리가 우승했다. 결과가 그렇다. 하지만 서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축구하는 방식이나 감독이 다르고, 감독 스타일도 다르다."

-현재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경기 둔화와 고물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아르헨티나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월드컵 우승은 아르헨티나와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번 월드컵 우승이 아르헨티나와 국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분명한 것은 월드컵 우승이 모든 아르헨티나 국민의 분위기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어떤 문제에도 더욱 긍정적인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축구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 우승과 같이 다른 모든 일반적인 것들을 초월하는 이벤트가 있다면 모두는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를 맞게 된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 대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위기 그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지금 위기 속에 있다. 팬데믹과 기후변화 문제가 여전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대로다. 이것들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분위기를 달리하기 전까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많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훌륭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리오넬 메시가 돋보였다. 많은 축구 팬들은 그를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고 있고, 또 일부는 그가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에서 메시의 위상은 어떠한가.
"이번 월드컵은 메시의 완성이었다. 지금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챔피언스리그, 국가별 리그, 발롱도르, 코파아메리카, 그리고 월드컵까지 차지했다. 일부 사람들은 메시가 완전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월드컵 우승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제 그에 대한 문제가 해결됐다. 그래서 이제 그들이 메시에게 요구할 것이 없고, 메시는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사상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모든 것을 이루었고, 이제는 더 이상 남아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메시는 메시다."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를 얘기할 때 디에고 마라도나를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마라도나가 1995년에 보카주니어스팀과 한국을 방문했을 때를 기억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일부 팬들이 마라도나가 그려진 깃발을 흔드는 것을 봤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마라도나도 최고였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떠났다. 마라도나 역시 월드컵 우승을 했다. 하지만 그가 뛸 때는 지금과는 다른 시대였고, 다른 세계였다. 당시에는 대회가 많이 없었지만 그는 코파아메리카컵과 월드컵을 차지했고, 아르헨티나 주요 팀에서 뛰면서 많은 타이틀을 차지했다."

-많은 사람들이 마라도나와 메시를 비교한다. 아르헨티나에서 마라도나와 메시의 위상 차이는 어떠한가. 둘 중 한 명을 최고 선수로 뽑아야 한다면 누굴 뽑겠는가.
"매우 쉽다. 둘 다다. 그것은 마치 엄마와 아빠 중 고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 다다. 그들은 최고 중 최고일 뿐 아니라 마라도나, 메시 그리고 아마 펠레의 수준에 있는 선수들은 매우 적다."
 

바스쿠 대사[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아르헨티나는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들로 일컬어지는 마라도나와 메시뿐 아니라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계속 훌륭한 선수들이 나오는 주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아르헨티나에서는 아기 때 받는 첫 선물이 축구공이다. 그래서 축구는 우리 DNA 안에 있고, 심지어는 걷기 전부터 축구를 시작한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에서 축구는 종교와도 같다. 많은 성도가 있는 종교다. 우리는 걸음마를 시작한 이후로 축구를 하기 때문에 풀뿌리 축구 저변이 매우 넓다. 또 모든 아이들이 리그에서 축구를 하고 싶어하고 메시와 마라도나가 되기를 바라며 축구를 한다. 이렇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우리 아이돌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이돌이 있다. 모두가 메시, 마라도나가 되고 싶어한다."

-한국에도 메시 팬이 많이 있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방한하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다. 올해 6월 아르헨티나 대표팀 방한이 갑자기 취소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는데, 혹시 나중에 메시가 있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방한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겠나.
"우리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떠한 정보도 없고, 나는 해당 건과 관련해 어떠한 협상도 하고 있지 않다. 이제 겨우 월드컵이 끝났기 때문에 아마 내년 중후반까지는 대표팀 활동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언제 대표팀이 다시 소집돼서 뛰거나 해외 투어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일은 보통 축구협회가 진행하기 때문에 아마 축구협회장이 더 많이 알 것 같다. 만일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방한한다면 우리로서도 영광이고 환상적일 것 같다. 그래도 아르헨티나 팀이 방한해서 한국과 경기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할 것 같다. 반대로 한국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서 아르헨티나와 경기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 아르헨티나가 여기 오는 것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2019년에 주한 대사로 부임했는데 지난 3년 반 동안 한국 생활은 어땠나. 그리고 한국민들과 아주경제 독자들에게 연말 및 새해 인사를 부탁한다.
"(한국에서) 내 커리어는 수월했고 심지어 팬데믹 기간 중 우리가 여기 있어서 축복받았다고 느꼈다. 봉쇄도 없었고 거의 평상시와 가까운 생활을 했다. 다른 나라를 보면 몇 달 동안이나 격리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나는 여기 왔기 때문에 삶이 정말 수월했다.  한국 국민에게 바라는 것은 한국인과 세계 모두가 평화에 대해 좀 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고, 우리가 정말로 더더욱 평화로운 2023년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들이 행복한 연말연시, 그리고 더 나은 2023년을 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