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융 10% 못 맞춘다... 꽁꽁 얼어붙은 플랫폼 인수금융

2022-12-13 17:14
과거 성장성 담보로 투자받았지만 금리 인상에 투자 막혀
성장 가능성보다 수익성 추구로 패러다임 변환

[사진=메쉬코리아]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돈줄이 바짝 마르면서 플랫폼 업계가 '혹한기'로 접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특성상 수익이 나지 않아도 거래액을 늘려 외형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으나 투자금이 끊기면서다. 금융업계에서는 인수금융이 10%에 육박하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기대수익률(IRR) 부담이 가중돼 플랫폼 업계 투자 여력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글로벌 침체 외생변수까지 더해지면서 플랫폼 투자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플랫폼들이 투자 유치에 실패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1위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는 지난 25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메쉬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유니콘 등극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자금난에 새벽 배송을 접고 희망퇴직을 받으며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 운영사인 오늘식탁도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지난 9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국성장금융이 투자할 만큼 성장성이 높았으나, 지금은 전 직원 상대로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기업이 됐다. 

이들은 동종업계 기업들과 현금이 고갈될 정도로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적자 성장을 유지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고육지책과도 같았던 전략에 금리인상이라는 누수가 발생하자 플랫폼 시장은 사장(死藏)됐다. 플랫폼 투자에 정통한 PEF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이 금리 인상 때문에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플랫폼 회사들은 손실이 발생해도 성장성을 담보로 투자받아야 턴어라운드가 되는 구조인데 지금은 펀딩이 막혔다"고 부연했다. 

인수금융 시장은 작년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환경에서 호황을 맞았지만, 최근 국내외 금리가 상승하면서 냉각되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등 주요 금융회사는 인수금융 금리로 연 10% 정도를 내걸고 있다. 작년 인수금융 금리가 연 3~4%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3배 수준으로 껑충한 것이다.

인수금융 대출 금리가 연 10%까지 오른다는 건 이자 비용을 최소 IRR보다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PEF 업계 관행상 국내 LP(출자자)들이 사모펀드 출자를 약정할 때 요구하는 최소 IRR는 연 8% 정도이기 때문이다. PEF가 펀딩할 때 기대 수익률에서 비용인 인수금융 금리 10%를 차감해야 하니 투자 여력이 줄어든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래 가치를 현재로 당겨와 투자받는 플랫폼 회사 펀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대수익률이 정말 높은 거래가 아니면 시장 눈높이를 맞출 수 없어서다. PEF 관계자는 "옛날에는 수익성이 낮아도 인수금융 이자율이 낮아서 펀딩이 가능했다"며 "지금은 인수금융 금리가 10% 육박하니까 그만큼 수익성이 더 뛰어난 플랫폼 회사가 아니면 딜을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LP들조차도 이자율이 올라가니까 가용 현금이 줄어들어 투자를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라며 "전체 투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보다 수익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