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춘제쯤 되면 나아지겠죠?"

2022-12-08 16:05
中 제로코로나 탈출 '불안 반 기대 반'
감염 불안감에 식당 아직은 '썰렁'
외식업계 "연말, 춘제 대목 기대"
관광업 '들썩'…싼야행 항공권 '불티'
약국마다 '긴줄'···감기약·해열제 '싹쓸이'

8일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왼쪽). 시민들이 해열제와 감기약 등을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 서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수도 베이징시가 식당 내 취식을 허용한 지 이틀째인 지난 7일 저녁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유명체인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음식점을 찾았다. 자리를 예약하기 위해 여러 곳에 전화를 걸어 찾아낸 몇 안 되는 영업 중인 식당이다. 예전 같았으면 떠들썩했던 드넓은 홀엔 테이블 서너 곳에만 손님이 있었다. 식당 매니저는 “감염자가 폭증세라 여전히 배달 위주로 영업 중"이라며 "정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1년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이 최근 3년 동안 이어진 ‘제로 코로나’ 방역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동시에 확진자 폭증에 따른 감염 불안감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외식업계 "연말연시·춘제 소비 대목 기대"
중국은 최근 공공장소·대중교통·상업시설 이용이나 지역 간 이동 시 요구했던 핵산 검사(중국 코로나 유무 검사)·건강코드 의무 제시를 기본적으로 없애고 무증상·경증확진자에 대해 재택 치료를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10가지 방역 최적화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3년간 중국인 일상생활에 족쇄가 됐던 방역 규제가 대체로 풀린 것.
 
특히 ‘철통 방역’을 펼쳤던 베이징시 방역은 '극과 극’으로 전환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타지에서 유입된 인원은 철저히 격리하고, 확진자는 격리시설로 이송하고, 주민들은 1~2일에 한 번꼴로 줄을 서서 핵산검사를 받고, 식당 내 취식도 2주 넘게 금지했다.

이날 방역 완화 소식에 외식업계가 분주해졌다. 지난 7일 중국 식당 예약 앱인 다중뎬핑에 따르면 이날 베이징 핵심 상권에 소재한 몇몇 훠궈 음식점 저녁 시간대 자리 예약은 이미 꽉 찼다고 중국 제일재경일보가 보도했다.
 
하지만 영업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생선요리 체인점인 왕순거(旺順閣)의 추이위젠 부총재는 제일재경일보에 “식당 취식이 허용된 둘째 날까지 각 매장마다 하루 평균 테이블 3~5개가 찼다. 손님이 많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이 정상화되기까지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연말연시나 춘제(중국 설) 연휴 소비 대목을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설 연휴 항공권 예약 폭주···3년래 최고"
지역 간 이동 제약이 풀리면서 항공·숙박 등 관광업계도 들썩인다. 7일 방역 완화 조치 발표 직후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플랫폼 트립닷컴에서 국내 항공권 검색량이 갑작스럽게 160% 증가했다고 펑파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특히 겨울철 휴양지인 싼야 호텔 예약 건수는 전날보다 갑절로 늘었다. 하이난성 주민 린씨는 “현재 싼야행 항공기마다 예약이 만석”이라고 말했다. 
 
선자니 트립닷컴 연구소 고급 연구원은 “중국 내 지역 간 이동에 불편함이 사라지면서 이번 연말연시와 춘제 연휴 때 관광업계는 코로나 발발 3년 이래 최고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7일 춘제 연휴 항공권 검색량도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극장가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 영화예매 플랫폼 마오옌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전국에 문을 연 영화관은 6856곳으로, 영업률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중국영화망은 오는 16일 영화 '아바타' 중국 대륙 개봉을 앞두고 전국 영화관 영업률이 80% 이상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약국마다 '긴 줄'···감기약·해열제 '싹쓸이'

8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약국에서 주민들이 감기약, 해열제 등을 사재기하고 있다(왼쪽). 약국 앞에는 '자가진단키트 없음' '롄화칭원 1인당 1갑 구매제한령'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하지만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에 불안감도 공존한다. 막상 핵산검사 의무가 없어져 도처에 확진자가 돌아다닐 수 있다는 공포감에 중국인들은 집밖에 나가길 꺼린다. 중국인 린씨는 "특히 노인과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더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최근 방역 완화 조치를 보도한 중국 국영중앙(CC)TV 기사에는 '개인 방역을 잘하자(做好個人防護)'는 댓글이 가장 많이 달렸을 정도다.     
 
불안한 마음에 중국인들은 감기약이나 해열제, 자가진단 키트를 사재기하고 있다. 8일 정오 찾아간 인근 약국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자가진단 키트와 해열제는 이미 다 팔리고 없고, 중국 전통 독감치료제로 알려진 ‘롄화칭원’은 1인당 1갑으로 구매 제한령을 실시하고 있다. 점원은 오전 10시 전에는 와야 자가진단 키트를 살 수 있다며, 그것도 불확실하니 아침 일찍 미리 문의하라고 귀띔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코로나 감염 불안감 불식에 나섰다. CCTV는 최근 오미크론 치사율은 현저히 낮다는 보도를 하면서 "감염 후 하루이틀 열이 나면 호전된다. 만약 전신 근육통이 있으면 감기약, 해열제 등과 같은 약을 복용하고,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곧 낫는다”는 류칭취안 베이징중의학 원장 발언을 전했다. 왕구이창 베이징대 제일병원 감염학과 주임도 “코로나에 걸려 열이 나더라도 놀라지 마라. 감기처럼 대하면 된다”고 말했다.
 
8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중국은 지난 3년간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과 자신감을 키웠다"며 "'전염병은 약해지고 우리는 강해진' 조정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