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유니폼 입는 분야가 대접받는 나라 만들어야

2022-12-08 05:55

유니폼을 입은 분야가 대접을 받아야 제대로 된 선진국이라고 한다. 즉 소방대원과 경찰, 군인 등 이른바 유니폼을 입은 분야가 발전해야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른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소방대원 등이 화재 등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을 때 고위 관직자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대통령이 나서 영결식을 엄수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미국에서 국민적 존경을 받는 정치인들은 군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충성심과 국민에 대한 존경, 그리고 자부심 등이 어우러진 분야가 유니폼 분야임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가? 유니폼을 입은 모든 분야가 봉사의 대표모델이고 사각지대에서 목숨을 내놓은 사례가 많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소방대원은 철저한 봉사정신만을 강요한 유니폼 직종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여러 지자체의 소방청 자문을 해왔다. 고가 사다리차 등 다양한 특장차 기준과 심사,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의 구난구조 매뉴얼 감수를 진행하며 소방청의 상황과 심각성을 자주 느꼈다.

과거 산소통 노후화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딘 교체로 인해 산소통 안에 부식된 각종 이물질을 소방대원이 들이마시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최악의 환경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대접을 해주는 우리의 안일한 처사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나마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난 후 선진형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수백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어도 전국 소방대원들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현장에 뛰어드는 충격적인 장면을 전 국민이 목격하고 말았다. 아쉬운 점은 사고 이후에 비약적 개선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현대화와 인적자원 등 여러 측면에서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격차가 크다.

예컨대 선진국 대비 연봉은 절반에 이를 정도로 열악하며, 근무시간도 약 1.5배 이상 많다. 위험한 공간과 환경에서 받는 위험수당도 턱없이 부족하다. 혹시라도 근무 시간에 부상의 정도가 커 후유증이 발생하면 퇴직 후 본인이 치료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최근 소방대원 신분이 국가공무원으로 통합돼 자부심과 소속감은 물론 지원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나 아직도 전체적 지원은 열악한 형편이다. 매년 각종 사고 발생 비율이 낮아지지 않고 있기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현대화 장비 지원은 기본이고 인적 자원 확대와 위험 근무 영역을 고려한 대폭적인 지원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 공약으로 군인 사병 월급을 2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언했다. 장교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이만큼의 월급 인상이 쉽지 않은 일이나 처우 개선의 실천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대통령 공약에 모든 유니폼 분야의 시설 지원과 근무 여건 선진화 등을 전체적으로 공약했으면 더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소방대원에게 대국민 서비스 정신과 의무감만으로 무장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 목숨을 담보한 임무 수행에 걸맞게 장비 현대화부터 각종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 지금이라도 일선 현장의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또한 소방대원과 군인, 경찰 등 이른바 유니폼 분야에 대한 청년들의 선택이 매우 낮은 이유를 잘 파악해야 한다. 미래 인재들이 해당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선진 시스템과 서비스 구축이 더욱 순조로워질 것이다.

우리 국민도 해당 분야만큼은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보이지 않는 유니폼 분야가 24시간 활동하기에 우리가 안심하고 움직일 수 있다. 소방대원과 경찰, 군인 등 유니폼 분야의 국가적 관심이 더해져서 실질적인 선진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