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모두가 죽는 파업·모호한 노동법, 다 바꾸자

2022-08-04 06:00

매년 가장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인 분야가 바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다. 최근에는 인터뷰나 자문을 하면서 가장 듣기 싫은 단어가 됐다. 임단협 타결 여부로 그해 자동차 산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과정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 노사 협상이 다른 노조에도 큰 영향을 줄 정도다.

과연 국내 자동차 산업을 필두로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가?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조가 많이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정부는 노동자 친화적인 정책을 지향하다 보니 국내에서 사업하기 힘든 구조로 변했고 투자도 인색해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였다고 판단된다. 이번 정부는 노사 간 균형을 통한 민간 사업 모델 확산이라는 기조가 확실하다. 여기에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면서 생산직 30% 이상을 업종 전환이나 전환 교육을 해야 할 정도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미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노사가 요구하는 사항도 생존에 대한 주제로 변했다. 그 어느 때보다 균형이 중요하고 합의가 요구되는 ‘상생의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중점 협약 내용 수용, 공공기관 노동이사 의무화로 사측 우려가 커졌다. 민간 기업으로 전이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뜻이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간 그룹을 중심으로 1000조원 넘는 투자액을 집중적으로 결정한 부분은 지난 정부에서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먹거리를 확보하는 게 국내 산업 공동화를 막는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구조를 만들어야 모두가 산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노사가 균형 잡힌 구조를 갖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정부가 그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한다.

노동법의 경직성과 추상적인 부분이 문제다. 미국 등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임단협을 매년 하면서 한 해의 반을 협상에 소모한다. 그해에 협상을 결정짓지 못하면 다음 해에 두 번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 협상에 매달리는 것이다. 생산 현장이 어수선하다 보니 품질에 문제가 발생해 불량품이 느는 등 이래저래 손해가 막심하다. 국민들도 노사 분규로 인한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결국 국민이 피해를 받는 구조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임단협 기간을 미국 등과 같이 3~5년으로 늘려 안정성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 안정된 생산과 믿고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노사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현장 파업 금지, 대체인력 투입 등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현장에 눌러앉아 모두가 죽는 파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파업도 90일간 현장 파업을 해 모두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임단협만 타결되면 모든 것을 용서하는 습관도 분명히 버려야 한다. 고소·고발 문제도 협상 타결로 없어지고 무노동·무임금 문제도 상여금 등으로 메꿔 보상받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하나하나 법을 적용해 따질 것은 따지는 등 엄격한 법적 잣대가 중요하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파업에서 천문학적인 손실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실제로 파업을 해 구속된 인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애매모호한 법적 사항도 손을 봐서 명확하게 진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업이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생각을 꼭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함께 노조는 영원하다는 착각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민주노총처럼 ‘우리가 세운 정부’라는 노골적인 언급도 지양해야 한다. 역시 기업이 없으면 노조도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말고식인 노조 측 요구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노조의 경영 참여도 문제다. 노조는 생산 현장 개선, 임금·복지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어느덧 경영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경영은 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 역할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사측도 노조 측 요구에 대해 관행적으로 그해만 우선 통과하자는 논리로 협상한다면 미래는 보장받기 어려워진다. 노조가 ‘회사가 망하기 전에 더욱 많이 빼먹어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한다면 미래가 없다. 결국 대기업 등은 국내보다 해외에 투자하고, 국내 산업은 공동화돼 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한국 강성 노조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 정부에서 계속 강조하던 리쇼어링(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 복귀)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노사 양측이 한발 양보해 서로가 상생하는 진실된 모습이다. 이제는 근본이 변해야 한다. 노동법의 경직성과 모호성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노사 균형을 통한 선진국 도약이 요구된다. 이번 정부에서 상기한 각종 문제는 개선될 수 있을지 눈여겨보도록 하자.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