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장기화에 '지체배상금' 어쩌나...건설업계 "손배소 등 공동대응"

2022-12-06 16:15

 
 

광주 북구 유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중단돼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원재료를 공급받지 못한 레미콘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건설 공사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건설노조가 파업 지지를 선언해 건설업계가 또 다시 '멘붕'에 빠졌다. 민주노총의 전국적인 총파업에 건설노조가 동참하면서 겨우 공사중단을 면하고 있는 건설현장이 다시 한 번 올스톱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파업 기간이 길어져 아파트 공정이 지연되고 입주예정자들이 약속된 날짜에 실입주를 못하면 지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자 건설업계는 개별 건설사의 피해 상황을 체크하는 한편,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 보전을 위해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하고 나섰다.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에 건설사 '지체배상금' 어쩌나

6일 민주노총 서울·경기본부와 인천본부, 광주본부, 포항지역본부, 부산본부, 등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전국동시다발 총파업, 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정부의 노동탄압, 업무개시명령 등에 반대하며 물류 반출입 중단, 거리행진, 결의 대회 등을 개최한다. 경찰청은 이날 전국 17개 지역 170개소에서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분산 집회 참석자가 53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에는 건설노조도 적극 동참한다.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는 와중에 건설노조까지 동조파업을 벌이면 공사중단에 따른 피해액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날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의 타설 노동자 1000명이 업무중단을 선언했고, 오는 8일부터는 레미콘과 콘크리트 펌프카 노동자 약 3500명도 파업에 동참한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레미콘 물동량이 평시의 절반 수준이라 작업 진도를 맞출수가 없는데 파업기간이 계속 늘어날 분위기라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인건비와 원자재값, 금융조달 비용의 상승으로 공기가 조금만 늦춰져도 시행사와 시공사 입장에서는 지체배상금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물어야 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화물연대 파업 피해액 천문학적...손배소 적극 검토"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이하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13일간 이어지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 건설현장 1349개(115개사 취합) 가운데 785개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현장 규모는 전체의 58.2%에 달한다.
 
공공주택건설 현장 피해도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LH에 따르면 현재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에서 시행 중인 공공주택건설 공구 총 244개 가운데 공사가 중단됐거나 중단될 위기에 처한 현장은 174개로 집계됐다. 공사피해 현장은 지난 2일 기준 128곳에서 이날까지 46곳이 더 늘어났다.
 
공사차질로 인한 공공주택 건설 공사 중단 시, LH는 건설사에 공사기간 연장과 더불어 간접비를 지급해야 하고, 입주자에게는 입주지연 기간만큼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LH가 전국에 건설 중인 주택은 14만5000가구로 건설공사 중단으로 인한 공기연장 간접비용 및 입주지연 보상금을 산정하면 하루 최대 약 46억원으로 추정된다. 건설공사가 한 달간 중단되는 경우 약 14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LH 관계자는 "공공주택 입주가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 입주예정자들은 대체주거지를 마련해야 해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일으켜 시장 불안정이 가중된다"면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입주 지연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태를 더 이상 좌시해선 안된다는 분위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합회는 회원사(종합건설사 1만2510개사, 전문건설사 4만6206개사, 설비 6230개사)를 대상으로 화물연대를 상대로 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할 예정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소송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소송 참여의사가 있는 건설사의 구체적인 피해 내용과 규모를 산정하겠다"면서 "화물연대와 별개로 건설노조 집단행동에 따른 추가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소송도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 받은 화물차주들 속속 복귀

한편,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여해 운송을 거부하다가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은 시멘트 화물차주들은 속속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지난주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은 33곳의 운송사와 화물차주 791명의 업무복귀 현황을 점검한 결과 이날까지 운송사 7곳, 차주 43명이 운송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이날 기준 시멘트 출하량은 15만7000톤으로 평년(18만8000톤) 대비 84%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레미콘 생산량은 24만4000㎥로 평년(50만3000㎥) 대비 4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밤시간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대비 114% 수준을 회복했다. 

반출입량 규모가 가장 큰 부산항의 밤시간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대비 131%, 반출입량 규모 2위인 인천항의 밤시간대 반출입량은 평시의 121% 수준까지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