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IRA 급물살] 미국 이어 EU도 "자국산"···중국 부품에 기대는 한국 전기차 수출 위태
2022-12-05 05:40
'Made in China' 원자재 공급장악 견제
구동모터 등 국내 전장부품 50% 의존
공급망 다변화·국산화 못할 땐 치명타
구동모터 등 국내 전장부품 50% 의존
공급망 다변화·국산화 못할 땐 치명타
중국의 미래자동차 부품 굴기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기차 심장인 구동모터를 비롯한 국내 전장부품의 중국 의존도는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그 타격은 요소수난 사태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의 원자재 공급망 장악력 견제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부품업계가 서둘러 공급망 다변화와 부품 국산화에 나서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 약화는 물론 친환경차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나오고 있다.
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산 구동모터 수입액은 29억2819만원으로 전체 수입액의 47%를 차지했다. 이는 일본(5억6246만원), 영국(5억2210만원), 미국(4억7913만원) 수입액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중국은 2009년부터 한국의 구동모터 수입액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구동모터는 내리막길이나 주행 중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 배터리에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완성차업계가 제작하는 전기차에는 주로 영구자석 동기모터가 탑재된다. 여기에는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을 사용한 자석이 들어간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해 중국을 중심으로 모터 공급망이 구축돼 있는 실정이다.
영구자석은 코발트, 페라이트(철), 알루미늄 합금 등 다른 광물이나 원재료로 생산은 가능하지만 희토류가 들어간 자석만큼 높은 출력을 내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를 사용한 영구자석은 철을 활용한 영구자석보다 자력이 10배 이상 강하다"며 "희토류는 높은 출력이 필요한 구동모터에 필요한 소재로 해당 자원이 풍부한 중국이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와 SNT모티브가 구동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구동모터 생산업체가 현저히 적은 데다 국내산보다 30% 이상 저렴한 중국산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희토류 양을 줄이면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성능, 기능이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또한 영구자석의 수입 가격은 날로 높아지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영구자석의 가격은 2019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구동모터 개발에 돌입했지만 실제 양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구동모터 외에도 전장부품 전반에서의 중국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장부품은 카메라·라이다 등 센서류, 배터리 등이 해당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차량 전장부품 수입액은 2조6625억원으로 전체 수입액의 66%를 차지했다. 전기·전자 관련 부품의 수입액을 세부적으로 보면 전기전자제품은 4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와 기타 전자부품 수입도 각각 71%, 69% 이상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
차량 전기·전자 부품은 공정 자체가 수작업이 많다 보니 국내 인건비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낮은 자유무역협정(FTA) 장벽이 중국산 가격 경쟁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품질이 한국의 95%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가격은 30%나 싸지만 관세는 4~8%에 불과하다. 관세를 물어도 동일품질의 제품에서 한국산보다 최대 28%정도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셈이다.
전장부품에 고도의 기술이 들어가야 하지만 부품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도 극미하다. 8966개 부품업체 가운데 전기차용 부품 생산 가능 기업은 210곳에 그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부품 개발을 하려고 해도 이미 해외 업체가 선점한 특허망이 촘촘하다"며 "이를 피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투자 비용이 필요하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업체의 영업이익률은 1%대에 그쳐 재원 마련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 차량을 구성하는 주요 원자재인 알루미늄 케이블과 마그네슘 잉곳의 중국 수입 비중은 99%에 이른다. 망간 제품과 아연도강판 역시 각각 91%, 90%다.
국내 부품업계가 서둘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유럽에서도 중국을 벗어나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원자재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배터리 광물원자재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다른 부품의 원자재도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급망 다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완성차업계의 북미 수출 대수는 88만9869대, 유럽은 33만796대로 각각 수출국 1, 2위에 올랐다.
공급망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부의 R&D 투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차 부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걸리는 비용은 약 13억원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발과 양산에 드는 평균 시간을 고려해 최소 6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등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금융권이 직접 투자하는 '미래차 투자 펀드' 조성 같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의 원자재 공급망 장악력 견제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부품업계가 서둘러 공급망 다변화와 부품 국산화에 나서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 약화는 물론 친환경차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나오고 있다.
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산 구동모터 수입액은 29억2819만원으로 전체 수입액의 47%를 차지했다. 이는 일본(5억6246만원), 영국(5억2210만원), 미국(4억7913만원) 수입액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중국은 2009년부터 한국의 구동모터 수입액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구동모터는 내리막길이나 주행 중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 배터리에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완성차업계가 제작하는 전기차에는 주로 영구자석 동기모터가 탑재된다. 여기에는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을 사용한 자석이 들어간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해 중국을 중심으로 모터 공급망이 구축돼 있는 실정이다.
영구자석은 코발트, 페라이트(철), 알루미늄 합금 등 다른 광물이나 원재료로 생산은 가능하지만 희토류가 들어간 자석만큼 높은 출력을 내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를 사용한 영구자석은 철을 활용한 영구자석보다 자력이 10배 이상 강하다"며 "희토류는 높은 출력이 필요한 구동모터에 필요한 소재로 해당 자원이 풍부한 중국이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와 SNT모티브가 구동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구동모터 생산업체가 현저히 적은 데다 국내산보다 30% 이상 저렴한 중국산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희토류 양을 줄이면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성능, 기능이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또한 영구자석의 수입 가격은 날로 높아지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영구자석의 가격은 2019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구동모터 개발에 돌입했지만 실제 양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구동모터 외에도 전장부품 전반에서의 중국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장부품은 카메라·라이다 등 센서류, 배터리 등이 해당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차량 전장부품 수입액은 2조6625억원으로 전체 수입액의 66%를 차지했다. 전기·전자 관련 부품의 수입액을 세부적으로 보면 전기전자제품은 4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와 기타 전자부품 수입도 각각 71%, 69% 이상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
차량 전기·전자 부품은 공정 자체가 수작업이 많다 보니 국내 인건비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낮은 자유무역협정(FTA) 장벽이 중국산 가격 경쟁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품질이 한국의 95%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가격은 30%나 싸지만 관세는 4~8%에 불과하다. 관세를 물어도 동일품질의 제품에서 한국산보다 최대 28%정도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셈이다.
전장부품에 고도의 기술이 들어가야 하지만 부품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도 극미하다. 8966개 부품업체 가운데 전기차용 부품 생산 가능 기업은 210곳에 그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부품 개발을 하려고 해도 이미 해외 업체가 선점한 특허망이 촘촘하다"며 "이를 피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투자 비용이 필요하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업체의 영업이익률은 1%대에 그쳐 재원 마련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 차량을 구성하는 주요 원자재인 알루미늄 케이블과 마그네슘 잉곳의 중국 수입 비중은 99%에 이른다. 망간 제품과 아연도강판 역시 각각 91%, 90%다.
국내 부품업계가 서둘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유럽에서도 중국을 벗어나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원자재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배터리 광물원자재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다른 부품의 원자재도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급망 다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완성차업계의 북미 수출 대수는 88만9869대, 유럽은 33만796대로 각각 수출국 1, 2위에 올랐다.
공급망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부의 R&D 투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차 부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걸리는 비용은 약 13억원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발과 양산에 드는 평균 시간을 고려해 최소 6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등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금융권이 직접 투자하는 '미래차 투자 펀드' 조성 같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