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경제 정책, 공감대 형성 최우선돼야

2022-11-29 11:00
노희진 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희진 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제가 어렵고 정치는 어지럽다. 이태원 참사 후유증으로 사회적 갈등도 심각하다.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상처 난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야할 가톨릭, 성공회의 성직자가 대통령 해외 순방 비행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기원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 1야당 대표의 측근들이 대장동 관련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북한의 ICBM 발사는 남북 관계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 가히 난세라 할 만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리가 경제 이슈를 빨아들이는 경제 블랙홀이라면 대장동 수사는 정치 자금 연관성 때문에 정치 이슈를 빨아들이는 정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이태원 참사는 사회적 이슈의 블랙홀이 되어 대통령의 시간을 추모 현장에 투입하여 민심을 다독거릴 수밖에 없게 한다.

경제,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진영 간에 사건을 보는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 적어도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정책의 효과에 있어 여야 간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경제 정책이 제대로 집행 되지 못하는 이유는 정책 효과에 관해 야당의 공감대 형성이 안 됐기 때문이다.

경제적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수익과 비용의 비교는 필수 사항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금융비용이 상승하여 투자나 소비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축소되는 것은 이자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푼 자금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생겨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정책을 취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이 유사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한·미 간의 금리 차이가 커지면 해외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떠날 것이란 우려로 인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돈은 이익이 높은 곳을 찾아 간다. 높은 이자 수익률을 추구하여 투자하는 투자자도 있고, 기업의 장기 성장 전망에 근거하여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반도체 육성을 위한 K칩스법과 노동계의 강경 투쟁을 부추길 노란봉투법의 통과 여부는 외국투자자들의 한국 투자 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의 ICBM 도발이나 중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같은 국제 변수도 해외 투자자금의 한국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해외 투자자는 투자의사 결정 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 부채 상환 부담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올해 9월말 대비 내년 말까지 민간 금리 부담 증가액이 3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대출은 16조2000억, 가계 대출 17조4000억원 부담 증가로 나타난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법인세, 부동산세 등을 완화해 민간의 부담을 완화해 주고자 하는데 제 1야당은 부자 감세라고 반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인세 감면의 혜택은 많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분석을 한 바가 있다.

정부의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에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반대하려면 그 정책의 효과에 대해 제대로 검토를 한 후에 반대를 해야 된다. 종부세 완화 방안에도 야당이 반대를 하여 120만명의 국민이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한다. 부동산 값은 떨어지고 납부해야 할 이자는 올라가는데, 언제까지 징벌적인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가. 특히 현금 수입이 없는 은퇴 계층의 고통은 더 심각해진다. 야당도 정부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만 하지 말고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에 대승적 견지에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다수의 국회 의석을 가진 상황에서 정권이 교체된 의미는 현 제 1야당이 여당이었을 때의 정책에 국민이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 다수당이라고 해서 계속 국민 편익을 외면하는 정책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이미 국민이 대선을 통해 한번 심판을 내리지 않았는가.

야당은 정부의 정책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나 필요 정책에 대해 공감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무조건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금리 인상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이 올린다고 우리가 바로 따라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해외 자금 유출이 걱정이라면 반 박자 늦게 실제 외국인 투자 동향을 보아가면서 올려도 된다. 해외 투자자들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투자를 한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우리 경제와 국민들에 미치는 영향도 제대로 고려돼야 한다.

부자 감세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킨다면, 야당에서 주장하는 부자 감세라서 반대하는 정책들에 대해 정부는 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논리적으로 야권을 설득하고 공감대 형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상대방 탓만 하여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종교계에서 일부의 일탈이겠지만 지극히 편향된 사고를 가진 성직자가 있고 노동계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가 처한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한 주장을 하는 세력이 있다.

야당의 역할이 중요한데 제 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제대로 된 야당 역할을 하는 데 방해 요인이 된다. 정부와 여당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이 공감할 정책을 설계하고 야권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