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에 위믹스 상폐까지…국내 P2E 게임 시장 위축 우려 커져

2022-11-27 16:00
국내 P2E 시장 이끌던 위메이드 '위믹스' 상폐로 시장 전체 여파 클듯
위믹스 상폐 다음날 위믹스 비롯 주요 게임사 코인 가격 일제히 하락
장현국 "사업 영향 없다" 공언했지만 시장 반응은 "영향 없을 수 없어"
당장 정부·투자자들의 게임 코인 관련 전체적인 신뢰 역시 타격 우려
P2E 게임 규제 정책 더욱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사진=위메이드]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 '위믹스'가 지난 24일 업비트·빗썸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상장폐지(거래지원 중단)가 확정되면서, 업계에서는 P2E 게임(돈 버는 게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최근 FTX 거래소 파산 사태까지 겹쳐, 당장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국내 게임사들의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2E 게임 시장도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들이 운영하는 암호화폐 가격은 지난 25일 시가 기준으로 전일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위믹스는 71.9% 폭락했고, 컴투스 'C2X'는 8.7%, 넷마블 '마브렉스'는 8.7%, 카카오게임즈 '보라'는 4% 하락했다. 게임사 코인 전반으로 퍼진 불안감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가장 우려되는 업체는 역시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최근 신규 메인넷 위믹스 3.0을 출시하고, 리저브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달러, 탈중앙금융 서비스 위믹스파이 등을 연이어 선보이는 등 의욕적으로 P2E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위믹스의 거래지원이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중단되면서 전체적인 플랫폼 확장 계획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위메이드 측은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믹스의 축은 글로벌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사업에 큰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위메이드는 12월 중으로 위메이드플레이의 캐주얼 게임과 소셜카지노 게임 등을 출시하고, 미르M 글로벌 버전의 비공개테스트(CBT)도 강행할 계획이다. 또 연내 위믹스 플랫폼에 30~40개의 게임을 온보딩하겠다는 계획도 이어간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당장 위믹스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해 거래지원 중단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만큼, 위메이드는 물론 위믹스에 참여하거나 참여하려는 업체들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온보딩을 고려하는 게임사들의 부담 증가로 플랫폼 확장세는 둔화될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당장의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겠으나 위믹스 코인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기존 온보딩된 블록체인 게임들의 트래픽·매출 감소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위믹스의 거래량 대부분이 사실상 국내 거래소에 몰려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장 대표가 '글로벌'을 언급했지만 당장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주요 글로벌 거래소에는 위믹스가 아직 상장돼 있지 않다. 위메이드는 해외 유명 거래소에 위믹스를 상장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상장 시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장폐지 이후 거래량이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 25일 긴급 미디어 간담회 자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위메이드 유튜브 갈무리]

위메이드가 그간 워낙 게임사들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P2E 게임 확대에 나서왔던 만큼, 국내 P2E 게임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클 전망이다. 위메이드는 국내 주요 게임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P2E 게임 '미르4'를 출시했고, 위믹스를 축으로 한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국내 P2E 게임 동향을 이끌어 왔다. 위메이드 외 넷마블·컴투스·컴투스홀딩스·카카오게임즈·네오위즈 등이 P2E 게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업체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 모두 최근 위믹스 상장폐지에 FTX 파산 사태까지 겹치며 휘청이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게임사들이 운영하는 코인은 물론, P2E 게임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시선이 부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사행성을 이유로 P2E 게임 유통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데, 계속 잡음이 일어난다면 결국 정부 역시 규제 완화에 더욱 보수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각 게임사들의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메인넷은 대부분 위믹스와 다르다. 하지만 P2E 게임을 토대로 코인 생태계가 구축된 만큼 위믹스와의 차별점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정부와 투자자들의 의구심 어린 시선이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정원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교수는 "이번 사태가 전체적인 게임 관련 코인 시장의 성장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당장 문제 해결을 위한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FTX 사태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 발행사에 대한 투자자와 규제 당국의 불신이 커졌다"며 "(위메이드와) 비슷한 구조를 지닌 다른 게임사를 비롯한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있어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게임업계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P2E 게임 시장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시장이 성숙해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본다"며 "실패한 사례를 잘 분석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발빠르게 나서는 게임사도 있다. 대표적으로 컴투스홀딩스는 자사의 엑스플라(XPLA) 재단을 통해 FTX에서 엑스플라 코인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 보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또 컴투스홀딩스가 이번 사태로 직접적으로 입은 피해가 없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아니라고 즉각 해명했다. 컴투스홀딩스는 엑스플라 코인이 거래되는 주요한 거래소가 FTX라는 점에서 FTX 파산 사태로 큰 영향을 받는 업체로 꼽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