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안전과 규제혁신, 균형 찾아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 해야"

2022-11-23 13:45
김희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교수

김희찬 서울대 교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나 4차산업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무거운 담론이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와 같은 우리 일상 속의 모바일 기기는 우리의 일상을 엄청나게 변화시키고 있다. 지금은 보편화된 화면 터치형 인터페이스가 처음 적용된 스마트폰은 2007년에 출시됐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데도 이전의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이 됐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사람과 통화하고, 사진을 전달하고, 음식을 주문하거나 은행 업무를 보며, 영화나 기차표를 예약한다. 그뿐 아니라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각종 질병을 예방·진단하고 관리하는 앱이 출시되고 혈압을 측정하는 스마트워치가 나오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6년 정보통신기술(ICT)을 사용한 이헬스(eHealth), 2011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모바일헬스(mHealth)를 거쳐 2019년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까지 포함하는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까지 정의하면서 헬스케어의 진화를 보고하고 있다.

앞으로 기술 발전이 건강관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많은 대학의 연구실과 기업의 개발팀에서 ‘질병이나 상해 또는 장애를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다양한 기구·기계·장치·재료’들을 연구개발하고 출시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의료기기를 제품화하는 것은 공산품과 달라 상당히 복잡하다. 인체에 안전하고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 유효성을 증명하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을 사전에 승인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과하려면 제조자들이 임상시험기관인 병원에 설치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 의료기기품질관리심사(GMP) 인증, 식약처 공인 시험검사기관의 여러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혹시라도 발생 가능한 인체 위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인데, 한편으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반영된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출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기간을 소모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기의 위해도에 따라 ‘위해도가 높은(Significant risk)’ 의료기기와 ‘위해도가 낮은(nonsignificant risk)’ 의료기기로 나누고 심사하는 중재안을 운영한다. 위해도가 낮은 의료기기의 임상시험은 식약처의 승인 없이 IRB 계획서 심사만으로 의료기기의 임상시험을 수행한다.

건강관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편리하게 신체 정보를 수집하거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와 있다. 그러나 안전과 규제 완화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에 있어서, 지혜로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다행히 식약처가 의료기기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위해도 기반으로 더욱 간소화하고자 규제를 혁신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향후 우리나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의료기기 산업 육성과 안전이라는 두 가치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이 조속히 도출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