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천화동인 1호 李 지분...지난해 검찰 조사 때, 겁나서 말 못해"

2022-11-21 13:56
'석방된' 남욱, 이재명 측 연루 가능성 폭로 예고

남욱 변호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이날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남욱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해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지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 "지난해 조사 땐 선거도 있었고 겁도 났다"고 입장을 밝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른바 '대장동 일당' 재판에서 남씨는 증인 신문을 받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남씨는 검찰 측 주신문이 시작되자 "사실대로 말씀드리겠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과 연루 관계를 진술했다. 그는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검찰 조사 때 이를 말하지 않은 건 "선거도 있었고, 겁도 많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남씨는 지난달 28일에도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지분 중 상당 부분이 이 대표 측 소유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선 "지난해 대선 경선을 앞두고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20억원을 요구받았다"며 "대선 후보에게 줄을 댄다면 20억원은 싸게 먹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 뜰'의 보통주 지분(7%)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천화동인 1호는 총 1208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지금까지 대장동 일당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김만배씨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에 이어 진술을 번복해 이 대표 측이 연관돼 있다는 취지로 폭로하고 있다. 

김씨는 천화동인 1호는 본인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씨와 정영학 회계사는 김씨가 이 대표 측에게 배당금 중 428억원을 주기로 밀약했다고 진술했다. 유 전 본부장도 천화동인 1호에 본인 외 두 사람(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지분도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남씨는 이날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3억5200만원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들에게 드려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이 '높은 분'이 누구냐고 묻자 "정진상과 김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쓰겠다고 한 돈은 2000만원, 나머지는 '형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남씨는 3억5200만원 중 9000만원을 2013년 4월 한 일식집에서 건넸다. 남씨는 "(유 전 본부장이) 돈을 받자마자 다른 방으로 가서 9000만원을 누구에게 전달하고 왔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현금 전달 외에도 접대 비용을 쓴 사실도 폭로했다. 남씨는 성남도개공이 설립된 2013년 9월 12일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의 유흥주점 술값과 속칭 '2차 비용' 410만원을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이날 이후 정 실장을 위해 한 차례 술값을 더 낸 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분들이 성남시에서 가장 실세였다"며 "(술값 등 유흥을 위한) 비용을 지급하는 게 저희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남씨는 다른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남씨는 2012년 4월 기자 출신 배모씨에게 2억원을 받아 김씨에게 건넸다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에게 현금을 전달하자고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을 민간으로 추진하게 해달라고 이 대표를 설득하기 위한 취지였다는 것이다. 김 의원 측은 올해 초 해당 의혹에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공판까지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증인 신문을 마쳤다. 이날부터 남씨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들이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