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바바, 연내 홍콩 이중 상장 연기한다
2022-11-18 15:09
3분기 적자 발표 후 나온 움직임
18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전날 성명을 통해 "홍콩의 주요 상장 전환을 앞두고 홍콩거래소의 새로운 규정에 따라 주주들에게 새로운 직원들의 보유 지분 계획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는 당초 계획대로 올해 말까지 미국과 홍콩 증시 모두에 주요 상장을 완료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상장을 연기한다는 얘기다.
알리바바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는)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해 준비하는 동안 변화하는 시장, 외부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면밀히 주목해 왔다"며 "우리는 여러 요인을 지속 평가할 것이며 투자자들에게 업데이트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월 알리바바는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과 홍콩 증시 이중 '주요 상장'을 추진한다며 올해 말까지 이중상장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알리바바는 미국 뉴욕 증시에 주요 상장을, 홍콩 증시에는 보조적인 수준의 '2차 상장(secondery listing)'을 해 놓은 상태다. 주요 상장보다 기준이 낮은 2차 상장을 한 기업 주식은 주요 상장 기업 주식과 달리 상하이·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 제도인 후강퉁·선강퉁 대상에서 제외돼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을 거래하기 어려웠다.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주요 상장을 통해 중국 내 투자자들이 알리바바 주식을 처음으로 직접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최소 160억 달러(약 21조원) 상당의 중국 본토 투자 자금이 알리바바로 대거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었다.
알리바바 상장 연기 소식은 알리바바가 3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나왔다. 중국 당국의 전방위적인 규제, 경기 둔화 등 여파로 중국 게임공룡 텐센트에 이어 알리바바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17일 밤에 발표된 알리바바 2023회계연도2분기(7~9월)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한 2071억7600만 위안(약 39조원)을 기록했다. 2분기 감소세는 멈췄지만 시장 전망치 2086억2000만 위안을 하회했다.
판매자들로부터 얻은 수수료 수입 등 고객 관리 매출은 664억9700만 위안으로, 7% 줄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고객 관리 매출은 알리바바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소비 수요가 감소한 데다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타오바오 총거래액(GMV)이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알리바바의 설명이다.
이 같은 소비 둔화와 차량 호출 기업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에 대한 투자 손실로 인해 같은 기간 206억6100만 위안 상당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억7700만 위안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다.
알리바바는 "이같이 적자가 늘어난 건 회사가 보유한 상장 기업의 투자 지분 평가액 하락으로 순손실이 증가하고 투자 손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 일반회계규정(GAAP)을 기준으로 한 순익은 1년 전보다 19% 증가한 47억5000만 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 42억8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장융 알리바바 회장은 이날 "소비 수요가 약하고 코로나19 재확산이 여러 지역에 영향을 미쳐 물류 서비스가 비정상으로 운영되거나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雙11·솽스이) 실적을 사상 처음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올해 14회째를 맞이한 광군제 행사가 "원만하게 끝났다"며 "거시적 환경의 도전과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품 교역액(거래액)과 대등한 결과를 냈다"고만 했다.
중국 내 소비는 크게 위축됐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10월 소매판매가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의 매출 감소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