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신임 사장이 지난 11일에 이어 14일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동조합 반발에 부딪혀 발길을 돌렸다. 취임 전부터 '낙하산 및 부적격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유 사장에 대해 예보 직원들이 출근길을 막아선 데 따른 것으로, 노조가 향후 유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를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어서 당분간 사장 선임을 둘러싼 내홍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재훈 신임 예보 사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중구 예보 본사로 출근했으나 미리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과 대치했고 이들의 저지로 본사 출근 대신 임시 집무실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유 사장은 '진솔한 대화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노조원들은 내일(15일)도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유 신임 사장은 앞서 지난 11일 첫 출근 당시에도 노조 저지에 가로막혀 본사 출근을 하지 못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0일 오후 기재부 국고국장,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등을 역임했던 유 신임 사장(행시 26회)을 공석인 예보 사장에 임명 제청한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유 내정자에 대해 "유럽재정 위기 등 시장 불안정 상황에서 국고자금을 효율적·체계적으로 관리해 국가재정 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 예금보험제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예보 노조는 유 사장이 사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지난 9월부터 수 개월째 유 신임 사장 선임에 반발하고 있다. 유 사장이 과거 예탁결제원 수장 시절부터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킨 부적절한 인사라는 것이 반발의 핵심이다. 유 사장은 예결원 사장으로 재직한 2013~2016년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예결원 경영에 비판적인 본부장·부장·팀장급 직원 37명을 보임 해제하거나 강등하는 등 ‘인사전횡’을 단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직원 중 2명은 이에 불복해 예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당시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 위반을 인정해 피해직원에 대한 5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밖에도 예결원 사장 취임 이후 영업일수의 19%를 해외에 체류하는 과도한 해외출장으로 구설에 오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예보 노조 측은 "예금보험공사는 수천만 예금자를 보호하는 국가 금융안전망의 핵심축"이라며 "높은 전문성과 경험 뿐 아니라 도덕성과 윤리경영 의지는 기관 수장의 필수이면서 당연한 자격요건"이라고 강조하며 유 신임 사장의 부적격성을 강조했다.

노조는 또한 유 신임 사장이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금융 정책 관련 조언을 했던 만큼 '낙하산 보은인사'라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노조 측은 "지난달 중순 사장 후보로 추천된 뒤 한 달째 제청하지 않다가 지난주 제청 3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임명이 마무리됐다"면서 "대통령 선거캠프에 몸을 담았다는 이유로 무능하고 부적격하며 파렴치한 인물을 낙하산으로 영전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