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다수당 되면 IRA·반도체법 개정 불투명

2022-11-10 07:45
美 우선주의 지속···국내기업 부담 커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여당인 민주당을 이기고 상·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면서 중국 견제 기조를 중심으로 ‘미국 우선주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전면 개정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히려 공화당이 재정지출을 감축하면서 그동안 수혜를 누려왔던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공화당이 미국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되면서 IRA, 반도체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제정된 IRA법안의 경우 이를 개정 또는 폐기하기 위해서는 양원의 동의(의원 수 3분의 2)와 함께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 최고의 치적으로 꼽히는 IRA법 폐기에 백악관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공화당 역시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있어 오히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오히려 가속화될 전망이다.

IRA법은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도록 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턴 북미 조립 요건 외에 배터리의 광물·부품 비율 요건이 추가된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재료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되고 가공돼야 한다.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대자동차그룹은 IRA법 적용 유예를 끌어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조지아주는 현대차그룹 등에 대한 IRA법 적용을 2025년까지 유예하는 법을 제안했으며, 현대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의 테리 스웰 민주당 하원의원 역시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현대차그룹은 IRA법 제정 이후 의회에 대한 로비력을 대폭 강화했는데, 중간선거 이후에도 IRA법 적용 유예를 위해 의회 중심의 로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는 공화당의 승리와 함께 지금보다 불리한 국면에 처할 위기다. 반도체법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못하도록 한다. 특히 지난달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 D램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공화당은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반도체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의 재정지출 감축 기조는 한화솔루션 등 미국 내 신재생 에너지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 1992년에 도입돼 지속해서 확대해온 미국의 재생에너지 관련 세액공제에 대해 지나친 특혜라는 주장이 공화당 내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공화당 지역구에 설치된 풍력, 태양광 설비가 민주당 지역구보다 많아 향후 대응 방향에 따라 오히려 더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게 에너지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 50개 주 공화당 지역구의 클린에너지 설치량은 119GW(기가와트), 민주당 지역구는 84GW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미국 우선주의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공화당도 IRA법이 가진 친환경 기조에는 동의하고 있으며, 오히려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제한함으로써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기업들도 최근 열린 콘퍼런스콜을 통해 “IRA법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중간선거 집회 모습 [사진=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