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준비에 나섰다. 일본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에 양사 합병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심사를 위한 사전 준비에 착수했다. 이달 발표될 미국 심사 결과를 기준 삼아 일본, 유럽연합(EU), 중국도 심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LCC는 양사 합병에 따라 배분될 노선 확보를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는 최근 국내 LCC들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관련 의견서를 요청했고 답변서를 받았다. 

일본은 각 LCC별 재무 상태와 양사 합병으로 인한 시장 변화 의견, 일본 노선 계획, 기재 추가 도입 계획 등을 물었다. 미국이 지난 5~6월쯤 LCC들 측에서 의견서를 받고 6개월여 만에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도 조만간 미국에 이어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필수 신고 국가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이달 중순쯤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U와 중국 역시 미국이 발표함에 따라 심사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해외 경쟁당국의 합병 심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수익성과 연관이 큰 운수권 배분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공정위는 양사 간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대신 국제선 26개, 국내선 14개 노선에 대한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해야 하는 조건을 달았다. 해당 노선은 결합 후 점유율이 50~100%로 높아져 독점이 된다고 봤다. 반납하는 운수권은 국내 LCC를 비롯한 다른 항공사들이 가져갈 수 있다. 

해외 경쟁당국은 여기에 더해 또 다른 노선 추가 배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 각 국가마다 독점 판단 기준과 시장 범위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국내 공정위는 김포~하네다 노선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취항하고 있지만 독점이라고 보지 않았다. 김포~하네다 노선 독점력을 따로 평가하지 않고 서울(김포+인천)~도쿄(하네다+나리타)를 한 시장으로 봤다. 인천~도쿄 노선에는 다양한 국내 LCC들이 뛰어들고 있어 김포~하네다 노선을 단독으로 봤을 때보다 양사 독점률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일본 공정위가 김포~도쿄, 인천~도쿄 노선을 별개로 판단한다면 대한항공은 노선 배분에 나서야 한다. 

실제 미국은 국내 LCC에 양사 간 합병에 따라 독점이 우려되는 인천~뉴욕, LA 등 노선 진출 진정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CC들은 주 1~2회 운항이 아닌 영업을 활발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운수권을 배분해줘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LCC들은 해외 경쟁당국이 제시할 노선 배분에 촉각을 기울이며 기재 도입, 노선 운항 계획 등을 전략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C들은 배분될 노선에 취항할 수 능력이 있다는 점을 해외 경쟁당국에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며 "어느 노선을 배분받느냐에 따라 향후 LCC 경영 상황도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