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CBDC, 디지털경제 법정화폐로 필요…현금·예금 대체 시 일부 영향"

2022-11-08 16:40
8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한국은행의 준비와 비전' 컨퍼런스서 발표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CBDC의 법정화폐 도입 필요성 속 그 파급효과가 도입 방식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강환구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이날 오후 진행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한국은행의 준비와 비전' 컨퍼런스 제1세션에서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정책연구 결과 및 시사점' 발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CBDC 정책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강환구 실장은 "그간 금융결제국 중심으로 CBDC 도입 및 실무적 측면에 대한 검토를 오랫동안 진행했고 많은 결과를 얻었는데 정책 담당자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CBDC 도입이 금융결제국만의 의사결정으로 이뤄질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면서 "CBDC가 법정화폐로 출발하다보니 한은 전 부서가 관련이 있다는 생각하에 각 부서별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한은의 CBDC 도입 검토는 △CBDC 발행의 의의 및 필요성 △CBDC 발행이 통화정책 파급경로에 미치는 영향 △CBDC 도입이 지준시장 및 중앙은행 B/S에 미치는 영향 △CBDC 발행이 금융산업 및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총 4건의 연구논문을 통해 진행됐다. 

이번 연구 결과 CBDC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 속 편의성과 안정성, 신뢰성을 갖춘 법정화폐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강 실장은 "화폐제도 역사에서 보는 것처럼 기술발전 변화를 반영해서 화폐의 형태가 변화해왔는데 디지털 환경에서도 디지털 화폐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투트랙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공적 화폐제도와 민간 금융제도가 선순환을 유지해나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BDC 도입 효과에 대해서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다만 은행산업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예금이나 대출금의 변화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테면 CBDC가 현금만 대체하는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반면, 현금뿐 아니라 요구불예금 일부를 대체하는 경우 지급 결제 및 거래 편의성이 높아지는 한편 여·수신금리가 상승하는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 실장은 "이같은 변화는 은행산업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현실적으로 은행산업이 독과점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 측면에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CBDC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는 △익명성·프라이버시 보장 △기술적 보안 문제 △국제적 거래의 정합성이 제시됐다. 강 실장은 "현재 실물화폐만큼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까지 보호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하며 해킹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보안문제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CBDC 도입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국가 간 거래"라며 "국가 간 정합성을 갖춘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디지털화폐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화폐인데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해당 화폐를 믿을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그러한 부분들을 민간에 맡겨 발전시킬 수도 있고, 지금의 투트랙 시스템을 유지하면 공적인 부분이 민간의 기술발전을 따라간다는 차원에서 통화시스템을 디지털 버전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면서 신뢰를 유지할 수도 있는 선택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화폐제도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구조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면서 "현대의 금융제도가 이렇게까지 발전해온 측면을 본다면 현재 유지하고 있는 투트랙 시스템이 디지털 세계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CBDC의 제대로 된 도입을 통해 법정화폐가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