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 AI로 둘러싸인 2040년 미래 일상, 한국 청년 A씨의 하루

2022-11-15 08: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과학자이자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기술 발전으로 2029년에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AI가 등장하고 2045년에는 AI가 인류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한다고 예측했다. 인간보다 뛰어난 AI가 등장하고도 10여년이 지난 2040년 인류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 물음에 아마존이나 네이버 같은 IT 기업들은 집안과 거리, 회사와 매장 등 평범한 사물과 공간 어디서든 인간에게 매끄러운 맞춤 개인화 서비스를 약속하는 '생활환경지능(AmI·ambient intelligence)' 비전으로 대신 답한다. 생활환경지능의 비전이 이미 실현된 일상을 살아갈 알파 세대(2010~2024년 출생)의 미래 어느 날을 그려 봤다.

◆꿀잠 보장 스마트 침실과 맞춤 코디 제안하는 디지털 옷장

2040년 늦가을 어느 날 A씨(25세)의 아침은 매일 조금씩 다른 시간에 울리는 스마트 침실의 기상 알람으로 시작한다. 알람은 대체로 오전 7시 30분에 맞춰져 있지만, A씨의 전날 저녁과 간밤 수면의 질을 보여 주는 A씨의 생체 신호를 분석한 AI의 판단에 따라 몇 분 더 이르거나 늦게 시작한다. 알람은 침실에 연결된 스피커 소리 크기와 조명의 불빛 밝기로 작동해 A씨를 다정하게 깨우기 시작해 그가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똑똑히 눈을 뜨게끔 유도한다. 그가 몸을 일으켜 침구를 정리하자, 이 침대는 바로 옆에 서 있던 옷장 밑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침실 문 앞에서 반려묘 '마리'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AI는 마리가 전날 잠들어 있던 시간, 하루 중 활동량과 식사량을 안내하고 그가 일어나기 전까지 특이한 일은 없었다고 알려 준다. 울음소리가 3분 내내 이어지자 AI가 소리를 분석한다. 어제 마리의 활동량이 약간 늘어 아침밥을 보채는 소리일 가능성이 높지만, 어젯밤 A씨가 놀아 주면서 처음 맛본 간식을 또 달라고 보채는 것일 수 있다고 한다. A씨가 마리에게 아침밥과 간식을 함께 줘 본 결과, 이번엔 후자 쪽이었다. AI는 이 울음소리를 따로 학습하고 마리 진료를 봐주는 동물병원과 공유하기로 한다.

A씨는 화장실 세면대 앞으로 가 선다. 느긋하게 양치를 시작하자 세면대 앞 거울 속엔 오늘 일과 목록과 첫 일정의 시간·장소, 여기에 맞춰 움직이기 위해 그에게 남은 시간이 표시된다. AI는 A씨의 첫 일정이 오전 9시에 시작하고, 세 가지 이동 수단 중 어느 쪽을 고르든 출발해야 할 시간까지 앞으로 30분 이상 남아 있다고 알려 준다. 최근 줄어든 신체 활동량을 더 늘리려면 '도보'나 '지하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A씨는 눈짓으로 1시간이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자율주행 택시'를 출근 이동 수단으로 선택하고 아침 세안을 마무리한다.

양치와 세안을 하는 사이 포트에 끓인 물로 커피 한 잔을 내려 침실로 돌아온 A씨는 옷장 앞에 선다. AI는 옷장 안에서 최근 A씨가 고르지 않았던 옷들 가운데 날씨에 알맞은 의상으로 초가을에 한 번밖에 입지 않은 옷들 가운데 색감이 어울리는 겉옷들을 추천한다. 늦가을답지 않게 한낮 최고기온이 제법 오를 것을 감안한 제안이다. 아침과 저녁에 쌀쌀해진 만큼 도톰한 외투가 알맞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추위를 덜 타는 편인 A씨에게는 머플러 정도로 충분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A씨가 그러겠다고 답하자 투명했던 옷장 디스플레이가 하얗게 반전되고 추천받은 옷을 걸친 A씨의 모습이 나타난다. 커피를 홀짝이며 화면 속에서 여러 조합으로 시착을 해 본 끝에 A씨가 입을 옷을 고른다. 옷장 디스플레이는 다시 투명해지고 옷장 칸막이에 설치된 조명 중 일부가 깜빡이며 A씨가 선택한 옷이 있는 위치를 알려 준다. A씨는 어렵지 않게 옷을 찾아 걸치고 곧 합성된 그래픽과 똑같은 모습이 된다. AI는 A씨가 자율주행 택시를 타러 나갈 때까지 아직도 30분쯤 여유가 있다며 오전 8시 시작한 뉴스 방송 내용을 실시간으로 요약해 들려준다.

◆운전석 없는 택시 집 앞에 불러 타고 7G망 깔린 도로 지나 출근

뉴스를 들으면서 마리와 놀아준 A씨에게 그의 아파트 바로 앞으로 택시가 와 있다는 안내가 들린다. 출발 10분 전이다. A씨는 마리와 놀이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A씨는 통로 앞에 선 택시를 발견하고 옆에 가서 선다. A씨가 사람도 운전대도 없는 택시 옆에 서서 얼굴을 비춘다. 차 문이 스스로 열리고 탑승을 요청한다. 택시를 제어하는 자율주행 AI는 A씨의 개인 비서 AI가 넘겨준 그의 오늘 첫 일정 정보와 목적지를 확인한다. 택시는 차내에 A씨 취향에 꼭 맞는 음악과 일상생활 편의 정보를 흘려보내며 목적지로 달리기 시작한다.

A씨를 태운 택시는 온갖 주위 차량과 교통신호를 주고받으며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도로 위를 달린다. 옅은 진동도 없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택시 안에서 A씨는 문득 집안에 설치된 카메라 화면을 띄워 이제 막 두고 온 마리 모습을 비춰 본다. 마리는 갓 입양했을 때처럼 외출한 자신을 찾으며 애처롭게 우는 대신, 집 안에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낮잠에 빠져든 상태다. A씨는 이 녀석이 오늘 내내 AI가 합성한 집사의 모습과 목소리를 보고 들으며 영양 균형과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합된 사료를 태연하게 받아먹을 것이라고 기대해 안심한다.

15년 전부터 각국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차가 시판되고 몇 년 전 자율주행차량 보급률이 75%를 넘어설 무렵, 정부는 7G 이동통신망이 깔린 전국 일반도로에서 개인·상업용 자율주행차량 주행을 허용했다.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운전대가 달린 '재래식' 차량을 모는 것은 이제 이동이 아니라 예스러운 '취미 생활'이다. 사유지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자동차를 모는 일은 이제 비싼 보험료와 정비료 등 유지비 부담과 관리상 불편, 음주운전 적발이나 조작 미숙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 강력한 처벌 등 부담을 감수해야 하므로 무모한 일로 인식된다.

택시는 수도권 외곽에 조성된 업무지구에 들어선다. A씨의 목적지는 이 지구 중심부 사무동 건물을 사용하는 AI 탑재 로봇 재활용 전문기업 R사의 스마트빌딩 사옥. 택시 안에서 'G 회의실에서 회의 시작 10분 전'이라는 안내를 확인한 A씨는 R사 건물 정문에 들어선다. R사의 사원 관리 시스템이 A씨의 얼굴을 인식하고 출입문을 열어 준다. A씨는 로비에 대기하고 있던 안내 로봇을 따라 회의 시작 3분 전 G 회의실을 찾아 들어간다. 먼저 도착해 있던 동료 한 명, 서로 다른 나라 두 곳에서 원격으로 참석한 외국인 동료 두 명이 회의를 하게 됐다. 네 사람의 언어는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통역돼 소통에 문제가 없다.

◆로봇·AI와 함께 업무…홀로그램 동료와 원격 대면 회의

R사는 내구연한이 도래한 로봇들을 수거해 해체하고 CPU와 메모리 등 희귀 소재가 쓰였거나 상태가 양호한 부품을 모아 재판매하는 것을 주 사업으로 한다. R사에서 A씨와 같은 인간 전문가는 수거된 로봇의 물리적인 상태와 AI의 오류 여부를 검사해 재사용할지, 분해 공정에 보낼지 판정한다. 단순히 내구연한을 넘겨 제조사가 유상 수리를 받아 주지 않는 단종 로봇은 '재사용', 경미한 파손이나 데이터 오염으로 AI가 오작동하는 이상 로봇은 '보정 후 재사용' 판정받는다. '분해' 판정받은 로봇은 자동화 공정으로 해체돼 구매자들에게 보내진다.

각종 상업시설이나 교육기관, 가정에 배달, 접객, 청소, 반려용 로봇이 나타나고 군사작전·의료·산업 현장 곳곳에도 로봇이 배치된 지도 10년 이상 지났다. 로봇이 맡던 역할을 사람이 그대로 맡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수명이 다한 로봇 역할은 신형 로봇이 채운다. 인간 정서·감정을 이해하고 인간과 교감하는 고도화된 AI를 탑재한 로봇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기계적 이상보다 AI의 오작동 여부를 가리는 게 훨씬 까다로워질 수 있다. 오늘 A씨와 동료들은 이상 로봇을 가리는 기준 중 하나인 AI의 오작동 여부를 더 주의 깊게 봐야 하고 그 방법을 더 다듬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다.

오전 11시 30분께 홀로그램으로 회의에 참석한 외국인 동료 두 명이 각자 시간대에 해당하는 식사를 하겠다며 사라진다. A씨와 함께 남은 동료는 안내 로봇에게 점심 메뉴 추천을 부탁한다. 로봇은 납작한 머리 위 허공에 홀로그램 지도를 띄워 반짝거리는 지점들을 몇 군데 표시한다. 업무지구 인근 식당들 가운데 후기 평점이 높고, 두 사람에게 알레르기 위험이 없는 재료만 쓰는 곳들이다. A씨와 동료는 예상 배달 소요시간이 가장 짧은 곳을 고른다. 안내 로봇이 직접 30분 만에 음식을 받아 사무실로 돌아오고 A씨와 동료는 만족스럽게 식사를 끝낸다.

A씨는 돌아온 홀로그램 동료들과 마저 회의를 진행하고 오후 6시까지 수거된 로봇을 검사하는 일과를 보낸다. 검사실에서 수거된 로봇의 몸체와 AI 기능을 확인하며 '괜찮네', '이상한데' 등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검사실의 AI는 이 혼잣말을 그가 검사하고 있는 로봇의 상태에 대한 평가나 진단으로 인식하고 자동으로 기록한다. 여러 로봇과 불완전한 몸체들이 제조 일련번호로 분류되고 A씨의 손을 타면 AI는 검사 일자와 검사 결과를 부여하고 최종 판단을 위한 요약 자료를 정리한다. 요약된 정보를 분류하고 가공하는 방식 또한 검사자 A씨에게 더 직관적인 형태로 맞춤화된다.

◆마트에서 저녁 메뉴 추천받고 퇴근 후 오늘 일과 맞춤 '홈트'

A씨는 퇴근길 업무 지구를 벗어나는 길목에 있는 마트에 들어선다. 아침에 AI의 조언을 떠올리며 활동량을 늘릴 겸 식재료를 사 두기 위해서다. 이곳은 A씨가 이미 자신의 구매 이력과 보유 중인 상품 정보를 마트 측 AI에 제공하기로 동의한 단골집이다. A씨가 쇼핑카트를 밀며 신선식품 매대에 다가가자 AI가 A씨의 냉장고에 부족한 채소·과일 품목을 채워 넣으라고 권한다. AI는 남아 있는 식재료와 마트에서 할인 판매 중인 품목을 조합해 A씨의 솜씨에 알맞은 요리도 추천해 준다. A씨는 그중 지출을 적게 할 수 있는 요리를 하겠다고 선택하자 AI는 그에 해당하는 식재료를 찾아 준다. 쇼핑카트에 탑재된 센서와 조명·진동 등 신호로 A씨는 필요한 재료를 빠짐없이 찾아 들고나온다.

저녁 7시 집으로 돌아온 A씨는 마리가 이른 저녁을 먹고 작은 방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확인한다. 마트에서 산 식재료를 냉장고에 정리해 넣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이어폰을 낀 채 거실에서 '홈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아침에 햇볕이 들어오던 투명한 통유리 창이 불투명한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뀌고 AI가 A씨의 오늘 컨디션과 체력에 맞게 구성된 프로그램을 추천해 준다. 정확한 자세로 근력운동을 하는 방법을 연습하기 위해 A씨는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AI 트레이너의 설명을 들으며 '모범 자세'를 보여 주는 반투명 그림자 인간의 윤곽과 움직임에 맞춰 움직인다.

운동을 마친 A씨는 샤워를 하고 화장실 앞 거울에 숫자로 표시된 오늘 운동의 효과를 확인한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운동하는 동안은 힘들었지만, 막상 끝내고 나니 흐뭇하다. 내친김에 AI 트레이너가 냉장고에 채워진 식재료를 기준으로 제안된 저녁 식사를 해 먹는다. 마트에서 권한 것과 달리 좀 더 건강에 이로운 식단이다. A씨는 AI에 앞으로는 식재료를 살 때 마트의 제안보다 AI 트레이너의 제안을 우선한 구매 목록 추천을 보겠다고 지정한다.

식사를 마친 A씨는 침대를 펼치고 위에 비스듬히 기댄 채 저녁 뉴스 방송을 시청한다. 인구 감소세가 지속돼 올해 총인구가 5000만명이 되고 내국인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20년 전 3600만명에서 2700만명으로 급감했다는 내용이다. A씨는 1970년대 초중반에 출생한 부모님들이 이제 생산연령인구 계층을 벗어난 세대가 되었음을 떠올린다. 자신이 10~15살쯤일 때 디지털 세계에서 도태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을 부모님들은 여전히 편하다며 쓰고 있다. 실제로는 건물 안팎과 온 거리에 달린 센서와 배후에 연결된 AI의 맞춤형 개인화 서비스를 목소리와 손짓, 눈짓으로 다루는 게 훨씬 편리할 텐데. 변화에 익숙한 것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고, 내일은 부모님을 뵈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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