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서 12년 만에 개인전 연 강익중 작가의 '연결'
2022-11-07 17:40
'달이 뜬다', 갤러리현대·두가헌서 12월 11일까지
같이 먹어서 한식구 / 같이 울어서 한식구 / 같이 웃어서 한식구 / 같이 아파서 한식구 / 같이 품어서 한식구 / 같이 나눠서 한식구 / 같이 꿈꿔서 한식구
강익중 작가는 최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은 시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강 작가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 ‘달이 뜬다’ 기자간담회에서 “엊그제 서울시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가서 헌화했다”라며 “같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한식구이고 한가정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달이 뜬다’는 뉴욕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활동을 펼쳐온 작가의 12년 만에 열리는 국내 갤러리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을 비롯하여 주요 연작 200여 점과 12년간 세계 곳곳에서 공개한 대형 공공 프로젝트의 스케치 및 아카이브, 작가의 시가 함께 소개된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오랜 기다림 끝에 강익중 작가님 전시를 열게 됐다“며 남다른 감정을 전했다.
강 작가는 ‘연결’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1층 전시장과 두가헌 갤러리의 주제는 ‘달’과 ‘달항아리’다.
이후 작가는 달항아리를 통해 ‘남과 북’, ‘동양과 서양’, ‘인간과 자연’ 등의 조화와 융합, 풍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층 전시장은 ‘산’과 ‘자연’이 주제인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화합을 중요시하는 강익중 작가의 생각을 확인한다. 전시장에 수평으로 나란히 걸린 30여 점의 드로잉 연작 ‘달이 뜬다’는 전통 산수화를 강익중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신작이다.
화면의 여백과 획의 비중을 6 대 4로 채우는 동양화의 기본 원리를 바탕에 두고, 먹을 사용해 산과 들, 달과 폭포, 달항아리, 사람과 집, 새와 강아지 등을 함께 그려 넣고 그 바탕을 다채로운 색의 오일 파스텔로 칠했다.
강 작가는 “자연이 6이라면 나는 4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림에 너무 빠지지 말고 ‘마음속 4만 그리자’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한 식구’는 전시장 구석에 낡은 밥그릇 500개를 뒤집어 산처럼 쌓고, 그 사이로 DMZ 지역에서 녹취한 새 소리가 흘러나와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마치 밥을 함께 먹듯이 일상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우리’를 ‘식구’라고 칭하며, 남과 북, 가족과 민족의 의미를 환기한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강익중 작가의 대표 연작인 ‘내가 아는 것’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일상 속에서 체득한 지혜가 담긴 짧은 문장을 한글과 영어로 적는 대표작이다.
‘폭풍 직전의 하늘은 연한 청록색이다’로 시작하는 시 ‘내가 아는 것’도 한쪽 벽면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는 ‘내가 아는 것’ 연작을 확장해 전 세계 어린이를 참여시키는 다수의 공공 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다.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테이블 위에는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가가 선보였던 전시나 공공 프로젝트의 스케치와 미공개 아카이브를 확인할 수 있다. 남과 북을 잇는 임진강 '꿈의 다리'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강 작가는 “10년, 20년 후에 임진강 다리를 같이 걷고 나누는 꿈을 꾼다”라며 “팔레스타인 등 전 세계의 끊어진 곳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