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광산서 221시간 버티게 한 '12g' 커피믹스의 위력

2022-11-07 11:56
'기적 생환' 광부들, 생사 갈림길서 커피믹스로 버텨
'12g' 커피믹스 속엔 나트륨·당류 등 필수 영양소 담겨
주치의 "식사 대용으로 먹은 커피믹스가 도움 된 듯"

커피믹스 고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로 지하 190m 갱도에 10일간 갇혔던 두 명의 광부가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이들이 다시 땅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커피믹스가 거론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커피믹스가 때아닌 생존 식량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실제로 구조된 두 사람은 사고 당일 챙겼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작업반장 박모(62)씨와 보조 작업자 박모(56)씨가 제1 수직갱도 3편(지하 190m) 수평 거리 70m 지점에 고립됐다. 이후 두 사람은 사고 발생 221시간 만인 4일 오후 11시께 극적으로 생환했다.

암흑 천지 속에 갇힌 두 사람은 먼저 주변에 있는 비닐과 마른 나무를 챙겨 안전한 곳으로 가 천막을 친 뒤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다. 당시 갱내 평균 온도는 14도. 구조가 더 지체됐다면 자칫 저체온증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작업에 들어갈 당시 챙겼던 커피믹스 30개를 끼니 삼아 구조를 기다렸다. 커피믹스를 조금씩 물에 타 서로 나눠서 한 모금씩 마시는 식이다. 커피믹스가 동이 난 뒤에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버텼다. 고립 기간이 약 열흘간 이어진 가운데 커피믹스가 생환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특히 구조 당시 두 광부는 스스로 걸어 나올 만큼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경북 봉화군의 한 광산에서 열흘간 고립됐다 구조된 작업반장 박모씨가 지난 5일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나고 있다. 구조된 이들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치의는 "두 분이 수일 내 퇴원까지 할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 보니 온라인에서는 시판 중인 커피믹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휴대하기 간편한 데다 영양소도 두루 갖추고 있어 비상식량으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커피믹스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높은 칼로리와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1포(12g)에는 △탄수화물 9g △지방 1.6g △당류 6g 등이 포함돼 있다. 열량은 50kcal다. 즉 커피믹스 4~5봉지를 먹으면 밥 한 공기(215kcal) 수준의 열량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극한 상황에서 체온 유지에 도움을 줄 정도의 영양소도 섭취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구조된 두 광부의 주치의인 경북 안동병원 신장내과 방종효 과장은 "(구조된 두 광부가) 커피믹스를 3일간에 걸쳐 식사 대용으로 한 모양이다. 그게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동서식품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커피믹스가) 재난 식량 용도로 나온 건 아니지만 광부들의 무사 귀환에 도움이 돼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