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11-09 06:00

[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 한국 중소기업의 위상
 
종업원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먼저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2022년 9월 총 취업자 2839만명 중에서 2536만명이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취업자 89.4%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셈이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받아가는 임금소득은 대기업의 55% 정도로 적기는 하지만 숫자가 많기 때문에 전 국민 임금소득의 약 83%를 중소기업 종사자가 받아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국내 소비를 결정하는 국민은 대기업 종사자와 그 가족보다도 중소기업 가족이 다섯 배 더 크게 좌우하는 것이다.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은 전체 대출의 약 83%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고용, 소득, 금융대출에 있어서 한국 경제의 약 80% 혹은 그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주체인 셈이다.
 
■ 중소기업 몰락은 한국경제의 몰락이다.
 
그런 중소기업에게 지난 10년은 몰락의 10년이었다. 제조업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97.6에서 97.6으로 10년 동안 정체되었다. 10년 생산 증가율이 제로였다는 말이다. 반면 대기업의 생산지수는 98.1에서 120.1로 22.4%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정체가 제조업에서 특히 심했음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정체되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 서비스업의 생산지수는 10년 동안 88.6에서 115.3으로 30.1%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93.1에서 107.8로 15.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의 서비스업 생산이 조금 늘기는 했지만 대기업에 비하면 속도가 매우 더디다.
 
중소기업 몰락은 문재인 정부에 와서 더욱 두드러졌다. 먼저 제조업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기업 생산이 17.2%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은 4.6% 감소했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반대였다. 대기업 생산은 2.6% 증가에 그치는 동안 중소기업 생산은 오히려 4.5%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동안 대기업 생산은 9.8% 늘었는데 중소기업 서비스업 생산은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대기업 서비스 생산이 11% 증가하는 동안 중소기업 생산이 8.7%, 거의 비슷한 속도로 증가했다. 일자리도 그렇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중소기업 일자리는 130만개 늘어났는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는 53만개 밖에 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자리 중에서도 3040세대의 일자리 소멸은 특별히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 때 12만개 사라졌고 박근혜 정부 4년간 13만개 없어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는 거의 100만개가 없어졌다. 문재인 정부 때에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보다 일곱 배 이상이 3040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정부는 3040세대 연령층의 인구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3040세대 인구는 73만명 감소했다. 그 추세대로 감소했다고 보면 2021년에는 2016년에 비해 약 90만명 감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없어진 일자리는 100만개에 가깝다. 인구 감소폭보다 일자리 감소폭이 10만명 정도 더 크다. 인구는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누어지고 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취업자와 실업자로 구분된다. 인구가 줄어들면 취업자와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도 다같이 줄어드는 것이 통상적이다. 따라서 취업자 줄어드는 정도는 인구감소폭보다 적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3040의 경우 취업자 감소폭이 인구 감소폭보다 10만여명 더 크다는 것은 실업자가 늘거나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감소로 3040 취업자 감소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또 다른 변명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그러나 3040세대 일자리 소멸은 코로나 위기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2016년과 2019년 사이 특히 40대 일자리는 33만개나 줄어들 정도로 3040세대 일자리 소멸은 오래된 문제다. 정부만 외면한 것이 아니다. 국책연구소도 3040의 일자리 소멸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나 연구기관이 외면하는 동안 나라의 기둥이라 할 3040세대의 복지나 가정 행복은 지속적으로 붕괴된 셈이다.
 
언론은 정부의 고용 대책이 20대 청년이나 고령층에만 집중되면서 3040 세대 일자리 문제를 외면했다고 비판한다. 정부 고용 대책이 지나치다 할 정도로 20대와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정부가 20세대와 60세대 일자리 대책에 집중한 이유는 그것이 손쉽고 돈이 덜 들고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 단기대책이라서 그렇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3040세대 일자리 대책을 쓸 의지가 정부에게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40세대 일자리 감소는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다. 하나는 3040세대 인구감소다. 이것은 막을 수가 없다. 둘째는 정보화 및 자동화 등 고용대체 정보기술 발달 때문에 나타난다. 정보화기술 발달에 따른 온라인 영업이나 플랫폼 영업이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업 고용이 퇴조하는 것이다. 금융업, 유통업, 숙박업, 여행업과 같은 서비스 산업에서 고용 감소가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 좋은 예다. 셋째는 국내 중소기업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3040세대 고용소멸이다. 높은 인건비, 낮은 노동생산성 때문에 경쟁력을 잃은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도태되거나 혹은 해외로 진출하면서 3040세대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졌다. 이 세 가지 원인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물론 둘째와 셋째다. 이 두 가지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대변환이 시급하다.
 
■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2022년 6월 16일에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은 민간 중심의 역동경제, 체질개선 도약경제, 미래대비 선도경제 및 함께하는 행복경제를 네 방향으로 내걸었는데 이 중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은 첫째, 지원 패러다임을 생존 중심에서 혁신성장 중심으로 평가기준을 전환하겠다는 것과, 둘째 성장단계별로 지원을 차별화하겠다는 것으로 되어있다. 지원 패러다임 전환의 내용을 보면 혁신 성장형 기업의 지원을 확대하고 고성장 스케일업 기업에 대한 R&D지원과 스마트공장 재정지원을 확대한다고 했다. 성장단계별 차별지원 강화의 내용에는 창업벤처(CVC)를 지원하고 글로벌 유니콘을 육성하며 민간투자가 선행된 뒤 정부 재정지원이 따르는 정책을 채택한다고 했다. 이 모든 정책들의 방향설정은 옳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실적과 성과가 뛰어나거나 뛰어날 것(자의적)으로 판단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재정지원이나 R&D지원이 강화될 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근원적인 지원정책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 지원 범위가 너무 좁다는 말이다.
 
■ 중소기업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획기적으로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첫째로 국가 경제정책의 핵심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삼성, LG,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을 여러 개 더 만들자고 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가능한지도 의문일뿐더러 설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지난 10여년 지속된 3040세대 일자리 감소 문제가 해결될지도 의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대기업 실적이 엄청나게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040 세대를 포함하여 일자리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것을 보면 대기업 실적이 우리나라 일자리나 소득이나 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끼침에는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더구나 대기업들이 세계화하는 과정에서 고용효과가 해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국내고용 창출효과는 그만큼 제한적이다. 따라서 대기업을 몇 개 더 만드는 것보다는 전체 고용의 90%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3040세대 고용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둘째로, 국가 경제정책의 핵심집행 부서를 기획재정부 중심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미래첨단 전략 산업정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별도 부서로 분리할 것이 아니라 통합하여 (가칭) 경제산업부를 창설하고 그 책임자를 경제부총리로 격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통해 여러 곳으로 분산, 분리되어있는 중소기업 관련 기술개발 혁신정책, 설비현대화 지원정책, 인력 교육 및 지원정책 등을 효율적으로 통폐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 중소기업 관련 지원법 체계를 보다 구체적이고 현장성 있게 재편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작동 중인 중소기업 지원관련 법체계를 보면 중소기업기본법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진흥법, 기술혁신촉진법, 기술보호지원법, 상생협력촉진법, 사업전환촉진법, 구매촉진 판로지원법, 인력지원특별법, 소상공인지원법, 창업지원법 등 기능과 목적별로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구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현장성이 매우 결핍되어 있다. 관련 정부 부처에 대하여 종합계획이나 기본계획과 같은 형식적인 계획수립 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관료 중심으로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고 있으나 중소기업 현장의 절실한 니즈와 요구사항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기능은 매우 미흡하다. 대부분 계획을 위한 형식적인 계획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고 위원회를 위한 종이 위의 위원회 활동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더하여 각종 정책에 대한 효과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게다가 중소벤처기업부나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부가 제각기 유사한 기업지원 정책과 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비슷한 지원프로그램이 중복 설치되고 재정지원 규모도 작아지면서 정책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육성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넷째로, 중소기업 스스로의 자율적 혁신과 구조조정 노력이 필수적이다.
 
일단 치명적으로 영세성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소기업 혹은 소상공인을 더 크고 경쟁력 있는 기업결합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나 상공회의소나 중소기업 지원기관이 나서서 풀뿌리 기업의 독자적인 기업결합, 즉 M&A를 통해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프랜차이즈 결성이나 플랫폼 구축을 돕는 동시에 설비 현대화를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 적은 지원금만 지급한다고 기술혁신이나 중소기업 육성이 되지 않는다. 두 개 혹은 세 개의 소상공인이 뭉쳐서 좀 더 크고 경쟁력 있는 규모의 기업 형태가 되도록 설비와 자금과 경영지원을 적극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 스스로가 자활하고 재생하려는 의욕을 살려줘야 한다. 정부가 대기업의 기술개발보다도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더 큰 관심과 지원 의도를 갖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여태까지 중소기업들은 정부에 대해 그런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리고 중소기업 정책을 정부가 주도하여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도권을 갖도록 하면서 정부가 간접적이지만 획기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한두 해에 달성될 문제가 아니다. 5개년계획을 여러 차례 수립해야 할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중소기업을 이대로 방치하고서는 절대로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없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