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촘촘해지는 호가 단위··· 개미 "공매도만 유리" vs 전문가 "시장에 이로워"
2022-11-02 17:15
내년부터 주식시장의 호가 규정이 세분화되는 방향으로 바뀐다. 일부 개미 투자자들은 이럴 경우 공매도와 기관 세력들에게만 더 유리해지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호가단위가 축소되는 만큼 가격이 세분돼 개인 투자자들에게 더 유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시장 참여자의 거래비용 축소를 위해 증권·파생상품시장의 호가가격 단위가 개선된다. 이에 따라 1000~2000원 1원, 1~2만원 10원, 10~20만원 100원으로 호가단위가 변경된다. 1000원대, 1만원대, 10만원대 종목을 사고팔 때 매수·매도 호가 가격 단위가 기존의 20% 수준으로 축소된다.
예를 들어 이날 종가 기준 16만5000원인 현대차 주식의 호가는 500원 단위로 결정됐다. 즉 한 호가 위 매도가격은 16만5500원이고, 한 호가 아래 매수가격은 16만4500원인 셈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매도매수호가가 100원 단위로 축소돼 16만5100원과 16만4900원으로 더욱 촘촘해진다. 현재 2만원대의 카카오뱅크 주식도 50원 단위의 호가가 10원 단위로 변경되는 것이다.
주식관련 오픈 채팅방에서 한 일반 투자자는 "한 걸음 갈 걸 다섯 걸음을 가야 한다"며 "호가 창을 보기가 더 복잡해지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가격 세분화로 거래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공매도 세력에게만 물량을 받쳐주는 꼴 아니냐"며 "수수료를 먹는(수취하는) 증권사와 기관들만 유리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호가 단위 축소가 주식시장 전체에 이롭다고 말한다. 더 촘촘히 구성된 호가가격단위로 일반 투자자의 매매 선택지가 더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에는 100~200원 혹은 그 이상으로 거래를 할 때는 투자자들이 적은 선택지에 한번에 몰렸다"며 "호가 단위가 더 축소된다면, 그만큼 가격이 더 세분화 돼 사람들은 더 원하는 값에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기관 투자자들은 유동성 공급을 이용해 호가 스프레드를 더 잘 취한다"며 "이는 전문 투자자들의 영역인데, 호가단위가 더 축소되면 이러한 현상이 줄어들어 일반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호가가격단위 축소가 증권사와 투자자를 포함해 시장 전체에 이로울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호가가격단위 축소의 목적은 거래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면서 "최적의 호가단위만 구성된다면 증권사는 수수료로 이득을 보고, 일반 투자자는 원하는 값에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호가가격 단위가 축소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고객들은 금액 단위로 투자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신규 유입 투자자가 늘 것으로 기대는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