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칼럼] 디즈니+ 국내 진출 1주년… OTT 시장 경쟁 구도 어떻게 바뀌나
2022-10-31 17:35
불과 두 달 전에 OTT 시장 경쟁 역학의 변화가 이용자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본지에 기고한 바 있다. 두 달 사이에 일어난 변화가 적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난번에 충분히 다루지 못한 내용을 포함해서 다시 한번 OTT 시장의 경쟁 구도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시장의 변화와 함께 이 글을 준비하게 된 이유는 11월이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에 진출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은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가 국내에 진출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이다. 특히 2021년 11월 12일에 이뤄진 디즈니 플러스 국내 론칭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모기업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콘텐츠와 기업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었다.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진출이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에 버금가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는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에서 힘겨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력 있는 국내 콘텐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OTT 이용량이 폭증한 코로나 기간 동안 국내 OTT 시장에서 확인된 사실은 국내 OTT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관심을 끌 만한 국내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범죄도시’를 연출한 강윤성이 감독을 맡고 최민식과 손석구가 출연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카지노’에 대한 반응은 향후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경쟁력 확보와 관련하여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디즈니 플러스의 고전 때문인지는 몰라도 국내에 속속 진출할 것처럼 보였던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단독으로 진출하기보다는 국내 사업자들과 제휴 형태로 국내에 진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티빙과 제휴해 플랫폼 인 플랫폼 형태로 국내에 진출했다. CJ ENM과 파라마운트는 2021년 12월에 콘텐츠 투자 및 공동투자 등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웨이브도 HBO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2022년 7월에 연장했다. 이는 웨이브 측면에서 보면 경쟁력 강화라고 볼 수 있고, HBO 입장에서 보면 플랫폼 형태로 진출하려던 계획을 웨이브와의 제휴로 선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HBO 맥스가 국내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HBO는 플랫폼의 독자적인 진출보다는 웨이브와의 제휴를 선택한 것이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직접 진출하지 않고 국내 사업자들과 제휴를 통해 국내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국내 OTT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방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11월 3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서 광고 요금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 플러스도 조만간 광고 요금제를 출시할 것이다. 광고 요금제 도입은 OTT 시장의 성장이 어떤 측면에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넷플릭스가 2억명 넘는 광고 커버리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광고 요금제 도입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 왔다. 광고를 도입하지 않은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높아지고 있는 콘텐츠 제작비를 포함해서 재원 조달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플러스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의 광고 요금제 도입은 국내 OTT 시장뿐 아니라 레거시 광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글로벌 OTT 사업자의 광고 요금제 도입이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광고 요금제 도입과 함께 상품 구성은 다양화될 것이다. 현재보다 가격대별 상품 구성에 있어 변별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비용을 덜 쓰기를 원하는 이용자는 광고를 보더라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것이고, 비용보다 편의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용자는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요금제를 선택할 것이다.
노창희 필자 주요 이력
▷중앙대 신문방송학 박사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