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불안정 속 '건전성 지표' 하락에도…보험권 우려 無, 왜

2022-10-31 18:00
RBC 최대 100%포인트 감소…매도가능 채권 전환 영향
내년 부채 시가 평가 'K-ICS' 도입…관련 지표 상승 기대
'LAT 잉여금 40%' 자본 인정도 호재…보험금 지급 '이상무'

[사진=연합뉴스]


최근 채권시장 불안정성 확대로 보험업권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해당 업계는 큰 우려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 부채와 자산을 동시에 시가평가하는 새 건전성 지표 ‘킥스(K-ICS)’의 도입으로 회계상 이슈가 사라질 것이란 시각에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 산출 규정을 일부 완화하면서 보험금 지급에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의 3분기말 기준 지급여력비율(RBC)이 전년동기대비 0.5%~115.7%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보면 KB손해보험의 RBC비율은 전년동기대비 0.5%포인트 하락한 181.3%를 기록했고 푸르덴셜생명은 250.2%로 105.5%포인트 떨어졌다. 신한라이프 RBC비율도 31.4%포인트 하락한 267%로 나타났으며, DGB생명은 113.1%로 전년대비 91%포인트 감소했다. NH농협생명은 가장 큰 감소폭인 115.7%포인트를 기록하며 107%로 조사됐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보험업법에서는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권은 최근 채권시장의 불안정성이 RBC비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는 보유 채권을 통상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는데, 만기보유증권은 회계상 원가로, 언제든 팔 수 있는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매도가능증권은 금리에 따라 평가액이 달라지는데, 일부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재분류했던 매도가능증권 채권 보유량이 많았던 것이다.  

불과 1~2년 전까지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금리하락으로 기존 채권가격이 오르면서 해당 보험사들은 한동안 자산 및 RBC 상승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오르자 채권가격이 하락하며 RBC 역시 내리막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최근 레고랜드발 채권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앞으로 해당 수치는 더 떨어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올해까지만 '표면적 RBC 수치 하락세'를 버티면 된다는 입장이다. 내년부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도 이 에맞춘 '킥스(K-ICS/Korean-Insurance Capital Standard)'로 개편되기 때문이다. 현 RBC제도에서는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부채 평가는 그대로지만, 현재 시장금리 상승으로 자산이 줄어 RBC비율은 감소 추세다. 하지만 내년 킥스 도입 시 부채와 자산을 동시에 시가평가해 관련 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 2분기 회계부터 'LAT 잉여금 40%'를 자본으로 인정한 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LAT는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 뒤 원가평가와 차이 나는 액수를 책임준비금으로 추가 적립하는 제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 RBC 감소폭이 가장 컸던 농협생명의 경우 LAT에서 8조1000억원 이상 잉여액을 보유해 보험금 지급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재무 건전성 이슈는 채권 계정 전환에 따른 일시적 회계 인식 상의 문제일 뿐 실제 실현된 손실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