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지자체 형사처벌 가능성은...'재난안전법' 개정 도마
2022-10-31 15:19
"중대시민재해 아냐"...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 가능성
작동 못한 재난안전법..."지역 축제 개념부터 모호" 지적
작동 못한 재난안전법..."지역 축제 개념부터 모호" 지적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핼러윈을 맞아 많은 인파가 집중될 것으로 예견된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안전관리를 책임졌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렵더라도 지자체를 상대로 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은 가능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3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서울시는 핼러윈을 앞두고 따로 특별대책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상황실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열린 여의도 불꽃축제 당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지하철 무정차 통과와 공유자전거 및 차량 통제 조치를 취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담당 자치구인 용산구는 지난 2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주재로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주력 대응은 방역 추진, 행정 지원, 소독, 시설물 안전 점검에만 집중됐다. 경찰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매일 1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평년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보고 특별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실제 배치된 경찰은 137명에 그쳤다.
중대시민재해 적용에 법조계 '회의적'
중대재해처벌법 전문가인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시민재해 개념에 해당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공중이용시설 등 관리상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는데 골목길에 결함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형 로펌 소속 A변호사도 "골목이나 길거리에서 발생한 사고는 중대시민재해상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설물로 보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다만 경찰이나 지자체 등 안전 책임자를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고 전날인 금요일부터 인파가 몰렸던 만큼 안전요원이나 경찰 인력을 늘려야 했다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일단 누구에게 질서유지 책임이 있는지를 가려야 할 것"이라며 "그에 따라서 책임 있는 사람이 질서유지를 하지 않은 것이라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태원 참사가 지자체나 특정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어서 책임 소재 규명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상당수다.
"모호한 재난안전법 개정해야"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국가와 지자체의 '지역 축제 안전관리 매뉴얼'을 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주 사고 등을 계기로 마련된 재난안전법에는 적용 대상, 지자체장 등 안전관리 책임자의 역할, 관련 조직에 대한 구체 사항 등이 담겼다. 행사 참가자가 1000명 이상일 때 지자체가 안전관리 계획을 제출하는 등 안전의무를 준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행사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은 점, 법 적용을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모호한 조항들 때문이다. 재난안전법은 적용 대상을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 축제 △산 또는 수면에서 개최하는 지역 축제 △불·석유류 또는 폭발성 물질을 사용하는 지역 축제로 규정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지역 축제'에 대한 정의는 담지 않았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 특히 지자체의 역할이 과연 적절했느냐 등을 재난안전법에서 정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지자체의 중요한 도리인데, 용산구에서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재난안전법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